"AI가 변호사 대체 못해…일하는 방식이 바뀔 뿐"

입력 2024-10-10 17:32   수정 2024-10-11 00:36


“앞으로 변호사는 인공지능(AI)이 대체할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서 일하는 방식이 바뀔 것입니다.”

홍대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스쿨협의회) 신임 이사장(60)은 10일 서울 서소문동 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AI 시대 법조계의 미래를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에 뒤처진 변호사들이 이를 잘 활용하는 변호사들로 대체되는 것”이라며 “로스쿨은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한 ‘디지털 법조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경성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홍 이사장은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3년 춘천지방법원 판사(사법연수원 22기)를 시작으로 10여 년간 법관 생활을 한 뒤 2003년부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지내다가 2007년부터는 서강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원, 재야, 학계를 두루 거친 그는 11일 로스쿨협의회 수장으로 2년 임기를 시작한다.

홍 이사장은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로스쿨 교육의 당면 과제로 ‘변호사 시험 제도 개선’을 꼽았다. 그는 “현재 시험 과목이 너무 많고 방식이 복잡해 학생들의 부담이 크다”며 “과목을 줄이고 시험 방식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50%를 겨우 웃도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때문에 로스쿨이 ‘변시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실무형 법조인 양성을 위해 2009년 도입한 로스쿨 제도가 갈수록 과거 암기식 사법시험과 닮아가고 있다”며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합격률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로스쿨 학생들의 상위권 학교 진학을 위한 ‘반수’ 문제와 이로 인한 지방 로스쿨 공동화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로스쿨 간의 교육 수준 격차를 줄이고, 최소한의 질적 기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올해 만료를 앞둔 ‘결원충원제’가 연장될 수 있도록 법학전문대학원법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수생 등으로 인해 결원이 생기면 학생을 충원할 수 있는 결원충원제는 대한변호사협회 반대로 연장이 불투명하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홍 이사장은 “폐쇄적인 법조계의 고리타분한 생각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 방식에 머무는 법조인들은 오히려 도태하고 AI와 빅데이터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디지털 변호사’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로스쿨 간 학점공유제 등을 통해 리걸테크 교육의 공통 기반을 협의회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홍 이사장은 “미국처럼 변호사들이 행정부처, 정치, 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길 기대하며 로스쿨 제도가 출범했지만 지난 15년간 우리 법조시장은 충분히 변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변호사들이 사회 곳곳에서 더 폭넓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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