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 흑백요리사는 국내외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후 3주 연속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회를 거듭할수록 K푸드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과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유행한 치맥과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처럼 말이다.
최근 2~3년 동안 K푸드는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BBQ는 미국 내 250여 개 매장을 포함해 57개국에서 70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K베이커리 대표 주자인 파리바게뜨는 11개국에 590여 개, 뚜레쥬르는 8개국에 48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농식품 수출도 급증했다. 올해 1~3분기 농식품 수출은 사상 최대인 73억750만달러(약 9조6320억원)로 불어났다.
K푸드가 이런 인기몰이를 이어가 ‘수출 빅3’로 자리매김하려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CJ 비비고와 BBQ는 10여 년 전 일본에 처음 진출할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CJ푸드빌은 2013년 도쿄 아카사카에 비비고 로드숍을 열었다. 현지화라는 명목 아래 일본인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레시피를 변형했다. 하지만 그 결과 일본 요리도, 한국 요리도 아닌 모호한 맛이 돼버렸다. 현지인은 물론 한국인의 입맛도 사로잡지 못했다. 결국 아카사카점은 3년 뒤 문을 닫았다. K푸드를 찾는 사람들은 진정한 ‘한국의 맛’을 기대한다. 외국인이 아바이순대를 먹기 위해 속초로 가고, 게장을 맛보려 서산을 방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4년 도쿄 시부야와 신오쿠보에 1·2호점을 연 BBQ도 초창기 어려움을 겪었다. 3호점을 내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 시절 시부야 매장을 방문한 한 일본인은 “도쿄에서 한국 치킨을 먹을 수 있어 잔뜩 기대했지만 솔직히 조금 실망했다”고 했다. 한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8조각 2549엔)도 아쉬웠지만 한국에서 그냥 주는 치킨무를 돈(216엔)을 받고 팔더라고 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치킨에 딸려 나오는 치킨무, 삼겹살에 무상으로 제공되는 상추에 놀라곤 한다. K푸드에는 맛뿐 아니라 정이 들어가야 한다. 외국인은 이런 맛을 원한다.
이들 기업이 10여 년 만에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K드라마·영화, K팝의 인기 영향이 컸다. K웨이브를 타고 K푸드는 이제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됐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시대다.
준우승을 차지한 에드워드 리는 “한국에서 떡볶이를 시키면 떡이 2~3개 항상 남았다.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풍족함, 사랑,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였다. 이것이 바로 한국 음식”이라고 했다. 수출 1000억달러 달성을 위해 K푸드에 담아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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