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김 위원장은 "제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는데 보고드리겠다고는…기억이 흐릿하지만 알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한 의원은 "금감원장이 (앞서) 즉시 보고하겠다고 했다. 금감원과 금융위인 만큼 똑같은 답변을 한 걸로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따져물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삼부토건 이슈 관련 의원들의 질의와 요구가 쏟아진 가운데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두 사람의 엇박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문제를 들고 나온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이사 충실의무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 추진에 어떤 입장이냐는 김 의원의 물음에 김 위원장은 "(여러 관계부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금감원장은 지배구조 개선해서 자본시장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하겠다고 하는데, 금융위원장은 공식적인 자리에 나와서 안 하겠다는 건지 하겠다는 건지 입장이 명확치가 않다"며 "이렇게 신호가 불분명하고 예측 불가하니까 자본시장이 흔들거리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두산 합병을 막겠다든가,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겠다든가 금융당국이 (한 목소리로) 정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이 원장과)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며 갈등 확산을 자제시켰습니다.
그동안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법 개정'을 두고 금융당국은 온도차이를 보여왔는데요. 이 원장은 지난 8월 상법 개정 관련 브리핑을 비롯해 수차례의 공식석상에서 상법 개정의 필요를 언급하면서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금융위는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법의 주무부처가 법무부인 데다 법조계·학계·금융계에서 이견이 뚜렷하기 때문일 겁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금융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기관별로 다양한 의견이 있고 정부 안에서도 그렇다"며 "어떤 결론을 낼지 상당히 논의했고 합의된 내용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국감장에서는 이 원장을 향한 지적도 쏟아졌는데요. 금융권 경영진에 엄정 대응을 예고한 데 대해 일부 의원들은 '월권', '인사개입'이라는 지적을 쏟아냈습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반 증인으로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금감원이 조사 결과를 임 회장의 연임 여부에 사용한다고 한다. 본인 자진사퇴설까지 나오는데 이는 이 원장에서 비롯된 '신(新)관치'라고들 한다"며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에 대한 책임을 현 경영진에게 묻고 사퇴를 압박 중인데, 이렇게 금감원장이 특정 금융수장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게 부당하다고 보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임 회장은 "금감원장이 우리금융 인사에 개입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부당대출에 대한 감독과정을 인사 개입으로 보는 것은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 원장이 직접 금융권 경영진의 '발본색원' 등을 언급했는데 이 원장이 의지까지도 조사하나"라며 "왜 금감원장이 월권을 하며, 법적 근거 없이 민간기관에 행정행위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이 원장의) 표현은 과한 측면이 있지만 금감원의 경영실태 평가 절차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계대출 대응과 관련해 이 원장의 발언이 오락가락했고, 김 위원장도 시장 혼선에 적절치 못하게 대응을 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여기에 김 위원장은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가계부채와 관련해선 취임 때부터 엄정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혔고 그 과정에서 이 원장이 그때그때 상황에 강조하는 점이 있고 그게 언론에 부각되다보니 혼선이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제가 와서는 (이 원장과) 굉장히 긴밀하게 소통·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의 컨트롤타워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중) 누구냐는 얘기까지 나온다'는 지적에는 "저는 제가 그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7월 말 바통을 넘겨받은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로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소통' 창구를 적극 늘리는 측면에서는 전임자와 차이를 보이는데요. 그는 지난달 취임 첫 공식 기자 간담회를 가지면서 간담회 이름 앞에 '월례'를 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대변인실에 직접 이런 작명을 당부했다고 하는데요. 수시로 '백브리핑'(브리핑 뒤 갖는 질답 시간)을 열어 이슈 주도권을 가져가는 이 원장에 대항해 "매달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위원장이 월례 기자간담회를 선언한 것은 약 10년 전 임종룡 당시 위원장 때 이후로 처음인데요. 서울대 경제학과 1년 선후배 사이이면서도 '극과 극'이란 평을 받는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이 정책 입장을 어떻게 조율해 갈지 주목됩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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