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청년들 다 떠난다"…소득세 10년 감면 '파격'

입력 2024-10-11 09:56   수정 2024-10-11 10:06



포르투갈이 치솟는 집값으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을 돕고 인재를 붙잡기 위해 사회초년생들의 소득세를 10년간 감면하기로 했다. 포르투갈은 많은 젊은이가 조국을 떠나 유럽 고소득 국가나 미국·캐나다 등으로 이주하고 있어 국가 경쟁력에 타격을 입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이스 몬테네그로 총리가 이끄는 포르투갈 정부는 이날 2025년 예산안을 통해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포르투갈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5~35세 청년 36만1000여명이 해외로 이주했다. 높은 세금과 낮은 임금, 턱없이 높은 주거비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많은 고학력 청년들이 나라를 떠난 것으로 분석된다. 프란시스코 마누엘 두스 산투스 재단의 곤살루 마티아스 회장은 "포르투갈은 교육에 투자해 왔지만, 포르투갈의 젊은 고학력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나라만 이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안에 따르면 연봉 2만8000유로(약 4140만원) 이하를 버는 청년은 첫해 소득세를 내지 않고, 2~4년 차에는 납부해야 할 세금의 75%가 면제된다. 5~7년 차에는 납부해야 할 세금의 절반이 면제되고, 8~10년 차에는 세금의 25%가 감액된다. 정부는 세금 감면으로 35만~40만명의 젊은이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FT에 따르면 포르투갈에서 연평균 2만유로 버는 근로자는 현재 소득세율을 최대 26%까지 적용받는다. 2만1000~2만7000유로를 버는 경우 최고 32.75%의 세율로 세금을 낸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48%에 달한다.

전 정부가 대졸자만 세금 혜택을 준 것과 달리, 이번엔 35세 이상 모든 청년이 세금 감면의 대상이며,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라도 포르투갈로 이주하는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연간 약 6억5000만유로(약 96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호아킴 미란다 사르멘토 포르투갈 재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년 세액 감면은 "포르투갈로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근본적인 도구"라고 설명했다.



포르투갈은 아프리카에서 이주자가 건너오는 동시에 골든 비자 프로그램과 전문직 세금 인센티브 등으로 이주자를 유치해 인구 자체는 늘어났다. 그러나 사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 은퇴자들이 자국에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포르투갈로 이주해 부작용도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리스본 등 인기 주거지역 주택 가격은 지난 3년간 30%나 상승했다.

반면 포르투갈에서 태어났지만 해외에 사는 사람의 수는 포르투갈 거주 인구 1060만명의 약 4분의 1과 같은 250여만명에 이른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포르투갈은 관광 산업 의존도가 높고 좋은 일자리가 적은데다 높은 집값으로 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이 원안대로 통과되는 데는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야당인 사회당은 정책안에 포함된 법인세율 인하에 반대하면서 전체 예산안 통과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법인세율을 현재 21%에서 2027년까지 15%로 인하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여당은 불가피하게 포르투갈의 세 번째로 큰 정치 세력인 강경 우파 체가당과 손을 잡을 전망이다. 앙드레 벤투라 체가당 대표는 청년세금 인하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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