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410/AA.38244052.1.jpg)
올해로 발간 70주년을 맞은 <파리대왕>은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힌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윌리엄 골딩의 대표작으로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 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BBC 선정 ‘세상을 바꾼 100대 소설’,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등에 올랐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10/AA.38241922.1.jpg)
1911년 영국 콘월주에서 태어난 윌리엄 골딩은 옥스퍼드 대학의 브레이스노즈 칼리지에서 자연과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대학 재학 중 서정시 29편을 묶은 첫 책 <시집>을 출간한 그는 해군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쟁이 끝난 후 교사로 일하며 쓴 첫 소설이 바로 <파리대왕>이다.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표류한 <파리대왕>의 소년들처럼 느닷없는 상황이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가장 먼저 등장한 12세 금발 소년 랠프는 매우 낙관적이다. 아름다운 섬 풍경에 “멋있다!”라는 탄성을 지르며 해군 중령인 아빠가 곧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한다. 안경을 낀 데다 뚱뚱해 ‘돼지’로 불리는 소년은 구출되기 힘들 것이라며 소라를 불어 흩어진 아이들을 모으자고 제안한다. 소라를 불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모여들고, 성가대원 제복을 입은 아이들이 구령에 맞춰 줄지어 다가온다. 대장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아이들은 성가대장 잭이 아닌 랠프를 선택한다.
과일이 지천인 데다 폭포가 있어 물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어 대여섯 살부터 열두 살에 이르는 소년들은 “신난다” “멋있다” “최고다”를 외치며 즐거워한다. 유일하게 심각한 돼지는 배가 지나갈 때 구출되려면 봉화를 올려야 하고, 추위를 피할 오두막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규칙을 만들고 그에 복종하면서 무인도 생활이 착착 진행되는 듯했으나 봉화는 자주 꺼지고 오두막 짓는 일에도 몇몇만 참여한다.
‘먹는 것, 잠자는 것, 노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적은 짐승에 대한 공포와 밤이면 몰려드는 두려움이다. 점점 질서가 무너지는 가운데 멧돼지를 사냥해 아이들에게 고기를 맛보게 해준 잭은 반역을 꾀한다.
무인도 생활이 깊어가면서 봉두난발이 된 머리, 비누칠과 양치질을 못한 몰골, 길게 자란 손톱까지 괴롭기 이를 데 없다. ‘어른들의 가르침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도리가 없다.
부모와 사회로부터 교육받으며 문명인으로 살던 사람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사이먼을 죽게 만들고, 돼지에게 돌을 굴리고, 랠프를 잡기 위해 불을 지르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내가 그 무인도에 있었다면 과연 문명인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야만으로 복귀해 누구보다 날뛰지 않을까? 그런 가정을 하며 읽으면 흥미진진하면서 많은 울림을 얻을 것이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10/AA.26119914.1.jpg)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