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53)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36)가 자신의 출판사를 통해 축전을 남겼다. 영국 출신 번역가인 그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번역 문학의 엄청난 승리(a huge win for translated fiction)"라고 평가했다.
데보라 스미스가 2015년 세운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 프레스'(Tilted Axis Press)는 아시아, 아프리카 현대문학에 특화된 독립 출판사다. 최근 영화화돼 화제를 모은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영어 판권을 사 간 곳이기도 하다.
틸티드 악시스 프레스는 1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강의 수상을 축하한다. 우리는 영어권에 그의 작품을 가져온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이예원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데보라 스미스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뿐 만 아니라 이예원과 함께 지난해 한강의 2011년 작품인 '희랍어 시간'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예원은 내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을 앞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가 페이지 애니야 모리스와 공동 번역하기도 했다.
틸티드 악시스는 "이번 수상은 번역문학과 독립출판의 거대한 승리"라면서 "우리는 한강의 작품을 출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또 다른 번역가 이예원의 번역 작품들을 출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영국 중부의 소도시 동커스터 출신으로 2009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그는 앞서 부커상 수상 당시 "영국에 한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번역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2010년부터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에서 한국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한국어를 배운지 3년 만에 한강의 '채식주의자'라는 작품에 매료돼, 번역은 물론 유럽 현지 출판사 접촉부터 홍보까지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스는 2016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 초청 기자회견에서 "줄거리와 인물, 배경 등이 어느 정도 정립된 작품보다 문체, 글의 스타일에 관심이 많다"며 "나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내용을 독자에게 제시할 문장이 있는 작품을 번역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영국 독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채식주의자'를 어떻게 번역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번역한 책이 영국 독자가 처음 접하는 한국 문화가 될 수 있다"며 "소주, 만화, 선생님 등의 단어를 그대로 번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강도 당시 '채식주의자'의 영문 번역본에 대해 "소설에서 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소리를 담는 것, 목소리의 질감 같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데보라의 번역은 나와 똑같이 감정과 톤의 전달을 가장 중요시하는 번역이었다"며 번역가에 대한 신뢰를 표현한 바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