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대표이사 재선임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서 내부 제보로 입수한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증거를 제시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11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등 가처분의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심문은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 이후 법원에서 두 번째로 진행되는 심문이다.
이날 민 전 대표 측은 구두변론에서 "하이브 내부 직원은 아일릿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일릿 구상 단계부터 뉴진스의 기획안을 요청했고, 아일릿의 기획안이 뉴진스의 기획안과 똑같다고 제보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민 전 대표 쪽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는 하이브 내부 제보자의 문자 메시지와 녹취록이 담겨 있다. 이 제보자는 "아일릿과 뉴진스의 유사성 관련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어도어 관계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지는 통화 녹취록에는 "저는 사실은 진짜 그럴 줄 몰랐다. 너무 당연하지 않냐. 그거를 똑같이 만들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하기는 했는데"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문서를) 공유해달라고 했냐는 질문에 "네네 맞다"고 답한 내용이 들어있다.
민 전 대표 측은 "지난 4월 3일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에 대해 내부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는데, 이러한 문제 제기가 정당했음에 객관적 증거에 의해 명확히 드러난 것"이라며 "하이브는 이에 감사로 응수했지만, 이로써 감사가 정당성이 전혀 없는 불법이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대표이사 해임의 인과 관계 자체가 부당함을 강조했다.
한편 어도어는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 복귀 요구에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신 민 전 대표에게 뉴진스와 계약이 남아있는 5년 간 프로듀싱을 맡아달라고 제안했으나, 민 전 대표는 계약서에 독소 조항이 많다며 이를 거부했다.
양측은 이날 심문에서 서로를 향해 "배신"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민 전 대표 측은 2년 만에 매출액 1102억원, 영업이익 335억원 등 1조원에 이르는 가치를 이끌어낸 성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 측이 당초 약속과 달리 먼저 부당한 대우를 하는 등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민 전 대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제의를 받아들여 어도어를 설립하고 뉴진스를 데뷔시켰는데, 하이브는 약속과 달리 부당한 대우와 견제를 했다"면서 "이에 민 전 대표가 문제를 제기하자 하이브는 '민희진 죽이기'에 나선 후 그를 해임했다"고 말했다.
반면 하이브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에선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배신해 신뢰가 파기됐는지가 쟁점"이라고 반박했다.
민 전 대표 측이 이모 부대표에게 지시해 아일릿 표절 의혹 제기하고 뉴진스 멤버들과 부모님을 이용해 여론전을 벌여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줬다는 지적과 함께 "민 전 대표는 어도어를 탈취하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 자신은 상상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현실적 접근으로, 근본적으로 신뢰관계가 파괴됐다"고 짚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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