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고려아연·영풍정밀 치열한 공개매수 수싸움

입력 2024-10-11 17:10   수정 2024-10-13 17:30

이 기사는 10월 11일 17: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 공개매수 기간 종료가 거래일 기준 하루 남은 가운데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주주들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진행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선택지까지 고려해 가장 큰 이득을 남기기 위해서다. 주주들 입장에선 남들은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충분히 응하고, 자신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0.63% 오른 79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 회장 측이 이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렸지만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주가가 오르지 않은 건 가처분 소송으로 인해 최 회장의 공개매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공포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이런 공포심을 기회로 보고 있다. 다른 주주들이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대거 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고려아연의 실질 유통 지분은 19%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국민연금이 들고 있는 지분 약 7%와 패시브 펀드가 보유한 지분 약 5%도 잠재 유통 지분이다.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올리면서 최대 매수 수량도 기존 17.5%에서 20%로 늘렸지만 잠재 유통 지분을 고려하면 아직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지분을 사겠다는 건 아니다. 공개매수 경쟁이 끝나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끝나는 14일 장 마감 시간까지 주주들 사이에선 눈치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대체로 응하는 분위가 형성되면 내 주식은 더 비싼 값을 쳐주는 최 회장 측에 파는 게 낫다. 반대로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대부분 응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내가 가진 주식을 어느정도 MBK 연합에 넘기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개인주주, 국내 기관투자가, 해외 기관투자가마다 세금 문제도 달라 각자 셈법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도 어렵다"며 "확실한 정보가 없다면 지분을 MBK 연합과 최 회장 측에 절반씩 나눠 파는 방식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풍정밀 주주들의 셈법도 복잡하다. 영풍정밀의 경우 세금 문제 등 다른 조건이 똑같고,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가 무산될 것이라는 리스크도 없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의 최대 매수 수량이 35%로 사실상 모든 유통 주식(43.4%)을 사들이기로 한 MBK 연합보다 적다.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가격이 3만5000원으로 MBK 연합이 제시한 가격인 3만원보다 높지만 섣불리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날 영풍정밀 주가가 최 회장의 공개매수가 상향에도 6.88% 하락한 2만9100원에 거래를 마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부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선 지금 영풍정밀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낮게 형성됐다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 측은 유통 주식(43.4%) 중 최대 35%를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유통 주식 중 약 81%를 사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쉽게 말해 유통 주식이 1000주라고 가정하면 810주를 사주겠다는 얘기다. 주주들 입장에선 자신이 가진 주식 100주라면 19주는 MBK 연합에 팔고, 81주를 최 회장 측에 팔면 주당 평균 매각 단가가 3만4050원에 이른다.

다만 다른 주주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리스크다. 더 큰 이득을 보기 위해 MBK 연합에 매각하지 않고 최 회장 측에 매각하는 지분을 늘릴 경우 최 회장 측에 지분을 모두 팔지 못하고 향후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주가는 이런 리스크가 반영돼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영풍정밀 주주들도 기본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고려아연 주주들과 똑같다. 남들은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충분히 응하고, 자신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공개매수에 응할 때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다. 만약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8.4%(전체 유통 주식 지분-최 회장 측 최대 매수 수량) 이하의 지분이 응할 것 같은 분위기라면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응해 지분을 어느 정도 털어내고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 그 반대라면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말고 최 회장 측에 지분을 모두 넘기는 편이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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