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 사업에 뛰어들면서 비대면 진료 후 약 조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플랫폼이 의약품을 구매한 약국을 앱 내에서 사실상 우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플랫폼 측은 환자들의 조제 편의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를 구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닥터나우는 최근 의약품 도매 자회사를 설립하고 의약품 판매업(도매) 허가를 받아 신규 사업을 시작했다. 비대면 진료 후 조제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성분을 중심으로 의약품 패키지(29종)를 구성해 약국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패키지를 구입한 약국들의 약품 재고 정보는 플랫폼과 연동해 환자들이 조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진료 10건 중 3~4건은 조제할 수 있도록 패키지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끝나고 약 배송이 막히면서 비대면 진료 환자들은 약국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제에 필요한 약을 주변 약국이 보유하고 있는지를 미리 확인하고 어렵고, 비대면 진료 조제를 거부하는 약국들도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를 받은 후에도 약국에 해당 약이 있는지 전화를 돌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환자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
닥터나우는 약국의 의약품 재고 정보를 플랫폼이 알 수 있다면 환자들에게 조제 가능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약국의 재고 정보를 알 수는 없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플랫폼과 약품 재고 정보를 연동하고 비대면 조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는 '나우약국(닥터나우와 제휴를 맺고 재고 정보를 연동한 약국)'을 모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앱 내에서 '조제 가능성' 필터를 선택한 후 추천순으로 정렬하면 환자의 처방약을 모두 갖고 있는 나우약국에 '조제 확실' 키워드가 뜬다.
일각에선 닥터나우가 자사 제휴약국에서 처방받도록 환자들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닥터나우가 나우약국을 해당 플랫폼의 상단에 노출하거나 비대면 진료 환자와의 매칭을 유도하는 행위의 위법 여부를 보건복지부에 질의했다. 닥터나우가 나우약국을 앱 내 지도로 검색할 때 더 눈에 잘 띄도록 하고, 검색 시 '나우조제확실'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소비자에게 노출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특정 의약품 구매를 조건으로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닥터나우 측은 나우약국 제도가 비대면 진료를 받은 후에도 약은 대면으로 수령해야 하는 기형적 제도로 발생하는 불편 때문에 만든 서비스라고 해명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환자의 약국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지 특정 약국을 선택하라고 유도한 게 아니다"라며 "현재는 사업 초기 단계라 취급 의약품 품목이 적지만 향후 거래 도매상 및 취급 품목을 다각화해 동일 성분 내에서도 약국이 원하는 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