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2일 연세대 논술 시험 당시 대학 측의 허술한 관리·감독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시물이 여럿 올라와 있다.
수험생들은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를 미리 배부한 실수 외에도 대학 측이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논술 시험지가 온라인에 게시됐고, 일부 고사실에서는 좌석 간 간격이 넓지 않아 주변 학생들의 답안이 보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수험생이 촬영한 듯한 자연계열 시험 문제지와 인문계열 시험의 연습 답안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시험 시작 전 온라인에 문제가 공유돼 챗GPT로 이를 풀어 인증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돈다.
한 입시 관련 커뮤니티 이용자는 "부정행위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감독이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시험을 봤다는 김모(20)씨는 "내가 들어간 고사장은 휴대전화를 시험 전에 가방에 넣어 강의실 앞쪽으로 제출하도록 했는데 다른 고사장은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나도 작년에 중앙도서관에서 논술 시험을 봤을 때는 가방을 따로 제출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시험지든 연습지든 외부로 유출이 되면 안 되는데 결국 온라인에 올라왔다는 건 감독·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 입장에선 이런 논란이 허탈할 수밖에 없다"며 "유출이 없었다는 학교의 입장문은 '책임회피'"라고 덧붙였다.
연세대에 따르면 올해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진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시험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교부되는 일이 발생했다.
감독관은 10∼15분 뒤 실수를 인지하고 시험지를 회수했지만 학생들이 자습시간에 다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일부 커뮤니티에 문제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와 별개로 해당 논술시험 중 4-2번 문항에서는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돼 학교 측이 시험 종료 30분 전에 이를 공지하고 시험 시간을 20분 연장하는 일도 있었다.
대학 입학처는 전날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현재 대학 측에는 수험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수백건의 항의 전화·메일 등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 측에 "논술시험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내부에서 구성한 위원회에서 개선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수험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고,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 조치하고 향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학은 현 단계에서 재시험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입시 업계에서도 문제 출제 오류와 유출 의혹이 중요한 사안인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재시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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