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에 癌정밀 타격 기술 입힌다…메딕 세계 첫 기술에 한미·LG 투자

입력 2024-10-14 17:24   수정 2024-10-15 09:00

실제 암과 비슷한 암 종양 모델을 인공적으로 수백만 가지 만들어 어떤 항암 물질이 암 치료에 가장 적합한지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미국 실리콘밸리 한인 바이오 기업 ‘메딕’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기존 항암제에 100가지가 넘는 암 정밀 타격 기능(합성치사)을 덧입힐 수 있는 이 기술에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유전체 분석 1위 기업인 미국 일루미나가 메딕에 투자하고 미국 대형 제약사 BMS가 항암제 개발에 메딕 기술을 활용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최근 ㈜LG와 한미약품이 메딕에 투자를 단행했다.


미 스탠퍼드대 유전공학 박사 출신인 한규호 메딕 대표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 기술과 3차원(3D) 종양 모델을 활용해 수백만 개의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인공적인 암덩이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실제 암을 유발하는 신규 표적과 항암제에 대한 바이오마커(환자의 치료 반응 인자)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음을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2차원(2D)이 아닌 실제 암과 비슷한 3D 종양 배양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항암 후보물질을 합성치사 항암제로 탈바꿈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 모두 메딕의 세계 최초 성과다.

합성치사란 두 유전자 기능이 동시에 상실됐을 때만 세포 사멸이 유도되는 특정 유전자들의 관계를 말한다. 합성치사를 이용하면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특정 유전자 기능이 상실된 암세포만 공략할 수 있다. 한 대표는 “마치 보드게임 젠가에서 특정 블록(유전자) 두 장을 빼내면 전체(암)가 무너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며 “2만 개 인간 유전체 내의 어떤 표적이든 평균적으로 100개 이상의 합성치사 파트너를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딕은 기존 합성치사 신약의 한계도 극복했다. 그는 “그동안 합성치사가 DNA 손상 복구라는 단일 메커니즘만 이용하다 보니 일부 문제가 생기고 좁은 환자군 대상으로만 상용화된 것”이라고 했다. 기존 합성치사 치료제인 PARP 저해제는 전체 암환자 중 브라카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0.1~0.2%만 적용할 수 있었다. 한 대표는 “자체 개발 플랫폼으로 존재 가능한 모든 합성치사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수 있다”며 “브라카 변이와 같은 바이오마커를 최소한 10개 이상 더 찾을 수 있고, 이는 PARP 저해제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메딕 기술은 항암제 시장의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도 받는다. 임상 성공 확률을 높여주고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며 시장성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동일한 기술을 보유한 경쟁사도 없다. 메딕 설립 초기 한 미국 대형 제약사의 인수 제안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항암제의 임상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메딕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LG도 메딕의 기술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최근 투자를 단행했다. 그는 “자체 플랫폼으로 삼중음성유방암과 비소세포폐암을 비롯한 여러 고형암종을 치료할 수 있는 신규 표적 항암제를 개발해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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