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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D램 기술은 중국과 3~4년밖에 차이가 안 나고 AI(인공지능)에 주력으로 쓰이는 비메모리 세계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합니다.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큰 폭으로 지원해야 패권전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역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한자리에 모여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보조금 지급 대책을 포함해 정부가 산업을 전방위로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파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도 한때 낸드플래시업계 세계 1위에 올랐다가 증시에서도 퇴출당한 일본 도시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주제 발표를 맡은 황 교수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아직 수준이 낮긴 하지만 D램 기준 세계 9%, 낸드는 13%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이 급격히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총력적인 지원을 하지 않으면 기업이 스스로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같은 직접 지원책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윤호 전 장관도 “정부는 반도체 보조금이 대기업 혜택으로 비칠까 주저하고 있다”며 “보조금 지급에 대해 여러 조건을 달아 마냥 ‘퍼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잘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양 전 장관은 “일반적인 설비투자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은 여러 국민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AI 시대에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첨단 패키징이나 중소기업 인력 양성 등 명분이 뚜렷한 분야를 잘 조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초대 산업부 장관으로 지난해 9월까지 장관직을 지냈다.
윤 전 장관도 “얼마 전 하남시가 동서울변전소 인허가를 불허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송·변전망 건설을 한국전력에만 맡겨두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성 전 장관은 “반도체산업은 전반적인 생태계를 함께 조성해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2019년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통제 당시 산·학·연과 민관이 협력해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기술 독립을 이룬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종호 전 장관은 “이젠 한 회사가 모든 걸 컨트롤하긴 어려운 시대”라며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고 유의미한 산·학·연 협력을 통해 위기를 타파해야 한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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