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호화 아파트 '펜디 까사 포도' 부실에…OK금융 500억 '알박기'

입력 2024-10-16 13:48   수정 2024-10-29 09:39

이 기사는 10월 16일 13: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강남의 초호화 하이엔드 주거시설 ‘포도 바이 펜디 까사’ 사업장이 위기를 맞자 OK금융그룹이 500억원을 투입해 강제 매각을 저지하고 나섰다. 물려 있는 계열사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 공매로 넘기는 자금 회수를 막았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OK금융그룹 OK에프앤아이대부는 ‘포도 바이 펜디 까사’ 선순위 브릿지론 대주단인 신협 컨소시엄으로부터 대출채권 5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OK금융 계열사 OK캐피탈이 후순위 브릿지론에 16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 위기에 처한 사업장이다. OK금융은 선순위 대출채권 인수 이후 ‘사업장 공매 처리 안건’을 부결시켜 공매를 저지했다. 공매 안건 동의율은 중순위 대주단만 동의함에 따라 38.8%로 집계됐다. 선순위와 후순위 대주단은 모두 부동의 의견을 냈다. 이 사업장은 대출 약정상 전체 대주단의 3분의 2(동의율 66.6%) 이상 동의해야 공매에 돌입할 수 있다.
명품 펜디로 인테리어…SK에코도 에쿼티 투자 사업장
포도 바이 펜디 까사 사업장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일원에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의 아파트 29세대와 오피스텔 6세대를 짓는 초고급 하이엔드 주거시설 개발 프로젝트다. 하이엔드 부동산을 여럿 개발한 골든트리개발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 펜디의 인테리어·가구 브랜드인 ‘펜디 까사’와 손잡고 진행하는 개발 사업이다. 펜디 까사의 가구, 카펫, 식기 등을 제공한다. 초고급 주거 상품이라 자산과 직업을 심사해 입주민을 가려 받겠다고 해 지난 5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한 SK에코플랜트도 이례적으로 자금을 댔다. SK에코플랜트와 DS네트웍스자산운용은 공동 조성한 주거개발용 블라인드 펀드 자금을 투입했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2021년 조성된 이 블라인드 펀드는 공동주택, 주거복합 등 개발사업 자금으로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행사는 2021년 연 8~11% 수준의 브릿지론 금리로 1800억원을 대출 받았다. 고금리에 땅값을 비싸게 산 탓에 다음 단계인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전환을 하지 못하면서 만기 연장을 4회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상 만기 연장을 3회 넘게 진행하면 공매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급속 냉각…OK금융 선순위 인수해 공매 막아
강남 중심에 위치한 이 사업장도 부동산 경기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 7월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며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접어들었다. 저축은행, 캐피털사로 구성된 사업장 중순위 대주단은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지난달 사업장을 부실 ‘유의’로 평가했다. 네 차례 만기 연장이 이뤄져 이견이 없었다. 이에 따라 공매로 넘겨야 하는 자산이 됐다. ‘토브 청담’, ‘아스턴 역삼 부지’ 등 다른 하이엔드 사업장들과 마찬가지로 비싼 땅값과 높은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부실화하는 전형적인 수순을 밟아나갔다.

OK금융그룹이 나서며 상황이 반전을 맞았다. OK금융 계열사 OK에프앤아이대부는 기존 선순위 대주단인 신협 컨소시엄으로부터 500억원에 대출채권을 할인 없이 인수했다. 부실채권(NPL) 플레이를 하는 유진자산운용도 광주·전북·수협은행으로부터 선순위 3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OK에프앤아이대부와 유진운용은 대출채권 인수 후 공매에 동의하지 않았다.
후순위 계열사 살리기…나진상가서도 비슷한 전략 써
공매로 넘겨도 모두 회수할 수 있는 OK금융이 반대에 나선 건 후순위 계열사 자금을 살리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다.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한 OK캐피탈의 후순위 대출채권 160억원을 살리기 위해 OK금융이 ‘선순위 알박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사업장이 공매에 들어가 1500억원 미만 가격에 낙찰되면 후순위 대출기관은 전량 손실을 보게 된다. 선순위 대출을 인수해 공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 계열사 손실을 보전하려는 목적이란 의미다.

OK금융은 나진상가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채권을 회수했다. 중·후순위 브릿지론에 450억원이 묶인 OK캐피탈을 살리기 위해 롯데카드의 선순위 채권 약 200억원을 인수한 뒤 대주단협약으로 넘어가는 안을 무산시켜 차주인 블리츠자산운용을 압박했다. 만기 연장이 쉽지 않아진 블리츠운용은 전량 리파이낸싱(차환) 하는 방향으로 틀게 됐고 OK금융은 중·후순위 브릿지론까지 총 650억원을 모두 상환받았다.
자금력 있는 금융사, 매수 후 이자 적립 ‘베팅’
외국계 투자회사나 NPL 펀드 운용사, 전업사는 자금력을 동원해 여유 있는 플레이에 나서고 있다. 연체 이자가 쌓이도록 기다리거나 이자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차주와 협의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나설 수 있다. 매수 후 최대 20~30%까지 이자를 쌓이게 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연합자산관리, 하나F&I, 우리금융F&I 등이 올 상반기 NPL 매입을 주도하고 있다. 유진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도 NPL 펀드를 조성해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선순위 대출기관에 이자가 적립되는 동안 뒷단에 있는 중·후순위 대출기관은 손실이 커져 대주단 내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이 사업장을 공매로 넘기려는 중순위 대주단은 계속 공매로 넘기지 않게 되면 회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선순위 대출채권의 이자가 불어나는 만큼 높은 가격에 공매를 낙찰 받아야 회수할 수 있다.

몰랐던 다른 대출 기관의 연장 수수료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분쟁을 겪는 경우도 있다. 메리츠캐피탈과 메리츠증권은 선순위 800억원을 빌려주고 연장을 대가로 대출금의 9%인 72억원을 챙겼다. 금리 연 7%와 별도로 받은 수수료다.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중순위 대주단은 공매 낙찰 이후에야 드러난 연장 수수료를 반환해야 한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 부동산 IB 업계 관계자는 “대주단에 입장이 다른 여러 회사들이 섞여 있어 정리가 쉽지 않다”며 “어떤 방식이 맞는지 불명확해 대주단간 갈등이 빚어지는 추세”고 설명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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