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7년을 기점으로 감소세가 시작됐다.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4년 70.2%로 추산되며, 2072년에는 45.8%로 급감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 성장률 또한 2000년대 접어들면서 정체되는 양상이다.
2023년 1인당 실질 GNI는 3703만 원으로 전년 대비 1.8% 소폭 성장하는 데 그쳤다. 1인당 실질 GNI 성장률로 미뤄볼 때 소비가 확대되기에 상당한 제약이 존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소비 가치관 변화의 가속화로 과거와 다른 양상의 소비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업계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기능성 식품, 일반인으로 저변 확대
인구구조 변화로 유통·소비재 산업군에 다양한 변화가 촉발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해야 할 유망 섹터는 어디일까. 대표적인 유망 섹터로 케어푸드(care food), 펫코노미(pet-economy), 페어런트테크(parent tech)가 주목된다.
우선 인구 고령화 현상에 따라 케어푸드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견된다. 케어푸드는 음식물 섭취나 소화가 어려운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분야로 연화식, 치료식 등 고기능성 식품을 포함한다. 최근 들어 케어푸드 시장은 기존 고령층에서 임산부, 영유아, 균형적 영양 섭취를 필요로 하는 일반인 등 소비자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보다 큰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 섹터로 발전 중이다.
이에 케어푸드에 대한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소비자 저변 확대에 나서는 기업들이 다수 등장한 상황이다. 현대그린푸드, 롯데푸드, 아워홈 등 국내 주요 기업은 전 연령층에 대한 균형적 영양 식단 제공을 위해 생애주기에 따른 식단 개발에 나서며 맞춤형 케어푸드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케어푸드 사업으로의 다각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글로벌 대기업도 연관 섹터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특히 자회사 네슬레 헬스사이언스를 통해 관련 사업을 확대 중인 다국적 식품 기업 네슬레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네슬레는 소비자의 건강 증진과 활동적인 삶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양 음료, 칼로리 조절 제품, 단백질 강화제 등의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하곤란자 혹은 당뇨병 환자를 위한 케어푸드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기능식품 라인업도 확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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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곤란
연하곤란(dysphagia·嚥下困難)은 음식물이 입에서부터 위로 통과하는 데 장애를 받는 느낌이 있는 증세로 삼킴장애라고도 한다.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증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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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기반 유가공 업체 다논 역시 특수 영양식 전문 자회사 뉴트리시아를 내세워 케어푸드 분야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다논은 고령층, 유아, 연하곤란자를 비롯해 선천성대사질환자, 초기 단계 알츠하이머 증상을 가진 소비자를 위한 영양 보충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문적으로 구축해 둔 것으로 나타난다.
프리미엄화되는 반려동물 시장
반려동물 연관 산업도 저출생·고령화 시대 속 또 다른 수혜 산업으로 꼽힌다. 반려동물(pet)과 경제(economy)가 결합돼 ‘펫코노미(pet-economy)’로도 불린다. 펫코노미 규모는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1·2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며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펫 섹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트렌드는 프리미엄화를 꼽을 수 있는데,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시장처럼 보다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려는 반려인들의 증가가 반려동물 시장의 양적 확대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업들은 펫 시장에 뛰어들어 다방면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데 공들이는 모습이다. 반려동물계 아마존이라는 별칭을 내세우며 미국 반려동물 온라인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펫리테일 기업 츄이는 초창기 펫 푸드나 장난감 등 용품을 제공하던 비즈니스를 넘어 헬스케어와 보험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국내외 반려인들의 니즈가 다양해짐에 따라 반려동물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E2E(End-to-End) 서비스 제공 업체로 리포지셔닝하려는 전략이다.
미국의 펫 푸드 부문 강자로 인식되는 마스펫케어의 경우, 최근 들어 펫푸드를 넘어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제, 헬스케어 서비스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며 지배력 확대에 나섰다.
유통·소비재 기업은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 간식을 아우르는 펫 푸드 분야는 물론 펫커머스, 반려동물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섹터 등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활용해 육아 효율화
마지막으로 페어런트테크가 있다. 부족함 없이 자란 MZ(밀레니얼+Z) 세대가 부모가 돼 육아에 본격 돌입한 시점을 맞이했다. MZ세대 부모들 사이에서는 맞벌이 가구 비율이 높은 만큼 육아의 효율을 중시하는 경향을 내비친다. 이들은 가사 노동에 투입하는 시간 절약에 따른 가치를 높게 여기는 편이다. 아이가 있는 MZ 부모들은 임신, 출산, 육아에 이르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대해 기술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육아도 아웃소싱하며 효율을 높이려는 부모들이 늘면서 페어런트테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페어런트테크는 임신·출산 기간을 겪는 여성 건강부터 시작해 육아 관련 분야를 망라한다. 즉석 식사를 제공하는 리틀스푼, 어린이를 위한 승차 공유 서비스 제공업체 줌, 가사 정리를 지원하는 스트롱수트, 어린이를 위한 자금 관리 및 금융 교육 플랫폼 그린라이트 등 스타트업이 중심이 돼 부모의 디지털 기반 육아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글로벌 유통·소비재 기업 중 이들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며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도 있다. 가령, 바비인형으로 알려진 미국 장난감 제조 업체 마텔은 수차례 테크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사업 전환·고도화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2022년에는 영상 통화를 통해 가족과 어린이가 함께 책을 읽고, 그림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카리부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어런트테크는 오랜 시간 이어질 육아로부터 부모와 아이 모두가 가지는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저출생 완화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페어런트테크의 하위 범주가 계속해서 확장됨에 따라 유통·소비재 기업은 자사가 보유한 경쟁우위를 살리면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페어런트테크에 투자하는 등 구조적 사업 변화를 추진해야 할 때다.
김나래 삼정KPMG 시니어센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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