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20·본명 하니 팜)가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하니는 "회사가 저희를 싫어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고, 증인으로 출석한 어도어 김주영 대표는 "서로 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15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하니는 "제가 오늘 국정감사에 나온 이유는 메이크업을 받고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타 팀 멤버들과 잘 인사를 했고, 5~10분 후에 그분들이 다시 나오셨다. 그때 그 팀 매니저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따라오는 멤버들에게 '못 본 척 무시해'라고 하셨다"며 논란이 된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하니는 "저는 왜 이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고, 애초에 그런 분이 일하는 환경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여기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묻힐 것이라는 걸 아니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선배, 후배, 동기, 연습생들도 이 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부연했다.
안호영 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고 밝혔는데 보충해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하니는 "그 사건뿐만 아니라 데뷔 초반부터 높은 분을 마주쳤을 때마다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으셨다. 한국에서 살며 나이 있는 분들에게 예의 있게 해야 하는 걸로 이해했다. 인사를 안 받으신 거,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인사 무시와 관련한 발언으로 추측된다.
하니는 또 "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 느껴왔던 분위기가 있었다. 분위기니까 말하긴 애매하고, 누구에게 말하긴 어려웠다. 당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다.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 느낌인 줄 알았는데 최근 벌어진 일들 보면 아까 말씀드린 매니저와 겪은 일과, 블라인드라는 앱에서 회사 직원분들이 뉴진스 욕하는 것도 봤다"고 주장했다.
또 "PR팀에 계신 실장님이 저희 일본 데뷔 성적 낮추려고 하는 녹음도 들었다. 제가 느낀 분위기는 느낌뿐만 아니라 저희 회사(하이브)가 저희를 싫어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위원장은 "어도어 김주영 대표에게 알리고 대응했는데 증거가 없으니 참으라는 말을 들었느냐"고 짚었다.
하니는 "'증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어요'라고 얘기하며 넘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말씀드렸을 때 증거 없다고 했지만, 나중엔 CCTV에 인사하는 장면만 있다고 했다. 왜 인사하는 장면만 있는지 이해가 안 가 확인하겠다고 했다. 직접 확인했더니 앞에 8초 영상만 남겼고 1시간 뒤도 아닌 5~10분 뒤였는데 뒷 장면이 아예 없다고 하더라"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니는 경호실장 등과 미팅을 해서 재차 질문하고 확인했으나 미팅 내내 관계자들의 발언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어를 완벽하게 노력하려고 해도 100% 이해 못하니 미팅을 놓치지 않으려 녹음한다. (관계자들이) 거짓말한 증거가 있다. 일단 김주영 대표에게 혹시 그 매니저님을 뵈면 요청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가면 되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주영 대표는 지난 6월 13일 하니의 부모로부터 메일을 받고 사안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내이사 중 한명으로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CCTV 확인 요청을 했다. 매니저는 어도어 소속이 아닌 대표이사가 다른, 다른 회사에 소속된 매니저다. 해당 레이블에 아티스트와 매니저에게 그러한 사실이 있었느냐고 확인을 했다. 안타깝게 보관 기간이 만료된 CCTV 복원이 가능한지, 할 수 있는 한에서 조치를 취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아쉽게도 내부적으로 파악한 관계에선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저도 하니의 말과 주장을 믿고 있고, 어떻게든 답답한 심정에서 입증할 만한 자료를 찾으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확보는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하니 팜이 말한 일종의 '무시해'라는 취지의 이야기에 대해 김주영 대표에게 보고하고 조치를 취해 달라 요구했고, CCTV 확인 등 조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증인이 취한 조취가 미흡하지 않았나"라고 질의했다.
김 대표는 "제가 당시 어도어의 사내이사로서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조취는 다 취했다고 생각하지만, 하니 씨가 이런 심정을 가지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으로 보아 좀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 않았을까 되돌아본다"고 말했다.
이에 하니는 "죄송한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저희를 지켜주겠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데 싸울 의지도 없고, 액션 취할 의지도 없다. 최선을 다한 거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냐"고 안 위원장이 묻자 하니는 "그렇게 말하면 이 문제도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얘기하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대표는 "아티스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하도록 하겠다. 현재 상황에서 당사자가 서로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행 중인 노동청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서 명확히 사실관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도어 측이 CCTV 일부만 확보하고 뒷부분은 삭제됐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다시 확인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 부모님에게 메일을 받고 다른 레이블에 해당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했고, 그런 일이 없다고 회신받았다. 쭈뼛쭈뼛하면서 지나갔다는 영상 확보하는 것이 아티스트 보호에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 확보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랬을 때 처음 인사하는 영상만 확인돼 보관 처리를 했다. 나머지는 삭제한 것이 아니라 30일 보관 기간이 만료되어 복구할 수 없다. 지금으로선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은 그게 다다. 너무 답답해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중재의 노력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완전히 다른 법인의 매니저라 그 회사 대표이사께 읍소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그룹 차원(하이브)에서 중재할 수 있는 부분 아니냐"고 지적했고, 김 대표는 "저희는 독립적인 자회사"라며 "많은 노력을 했지만 다른 회사의 매니저에게 강제하긴 어려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인 하이브의 최고책임자 방시혁 의장은 이 국감장에 없다. 미국에서 시시덕거리실 때가 아닌데 심각성을 깨달으셨으면 한다"며 "하니 팜이 어도어에서 따돌림을 있다고 해서 팬들과 국민들 충격이 크다. 거대 엔터 회사가 아티스트 인권 침해 논란 일으킨 막장 드라마"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 단 내부 관계상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같은 대답을 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하니가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고, 회사가 뉴진스를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하니는 "원래 회사의 길이 있는데 저희는 다른 길로 데뷔를 했기 때문"이라며 "저희가 잘 돼서 낮추려고 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저희를 싫어한다는 생각이 든 이유"라고 말했다.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와 방시혁 의장의 갈등이 지금 사태와 관련이 있냐는 질의엔 하니는 "없을 수 없다. 그런 사이가 있으니까, 그걸 떠나 굳이 일까지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하니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대주주 간 갈등이 사내 영향을 미쳤느냐"고 질문했고, 김 대표는 "회사에선 구성원에게 별도의 사법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오늘 여러 위원께서 지적한 사항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잘 새겨듣고 돌아가서 실행하도록 하겠다. 하니 씨를 비롯해 아티스트분들 더 좋게 귀 기울이고, 아티스트 인권까지 잘 보호해서,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도어 대표가 된 지 한 달 됐다. 믿고 시간 주시면 더 좋은 기업 만들어 사회에 보답하고 K팝 아껴주는 분들에게 보답하는 좋은 회사 만들겠다. 앞으로 세심히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니는 "이 자리를 만들어 준 분들 국회의원들께 감사드린다. 이 자리는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제가 일을 겪으면서 많이 생각했던 건데, 이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 알지만, 인간으로서 존경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고, 이 일에 관해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걱정하는 많은 분께 너무 감사드리며 '한국에서 왜 이런 경험을 해야 하냐'는 말 많이 봤다. (팬들이) 죄송할 필요 없는 게, 제가 한국은 사랑하고 가족같이 생각하는 멤버, 직원들 만났고, 좋아하는 일 할 수 있게 한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죄송할 분들은 당당하게 나와서 숨길 거 없으시면 나와야 한다. 이 자리 피하시니까 너무 답답하다"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하니는 마지막으로 "호주 대사관에도 감사드리고 싶다 저 걱정해서 부모님께 연락해줬다. 도움 주고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마지막으로 만약 다시 나와야 한다면, 한국어 공부 더 열심히 해서 나오겠다. 정말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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