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의 주인공인 온워드메디컬의 데이브 마버 최고경영자(CEO)는 “환자의 뇌에서 나오는 신경 신호를 캡처하고 이를 얼마나 잘 해석하는지가 BCI 기술의 핵심”이라며 “인공지능(AI)을 통한 뇌신호 해석 능력에 속도가 붙으면서 활용 분야도 방위산업 등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러티스틱스 MRC에 따르면 BCI 시장 규모는 올해 23억달러(약 3조2500억원)에서 2030년 80억달러(약 10조4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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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I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로 잘 알려진 퓨처 테크(미래 기술)다. 뇌에 미세한 전극을 연결해 사람 뇌와 컴퓨터를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람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을 필요 없이 혈관 내 시술로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데 성공한 미국 싱크론도 업계 선구자 중 하나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건 인간의 정신이 클라우드 규모의 연산과 정보에 즉각 접근할 수 있도록 ‘뇌 인터페이스’를 창안하는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탄소 나노튜브로 만든 ‘신경 끈’이 우리를 디지털 세계에 연결할 날을 꿈꾼다.
오스캄 씨를 치료한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시술을 통해 뇌의 신체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분에 신호 감지기를 심고, 척수에 부착된 신경 자극기가 이 신호를 받아 운동 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해당 치료법의 아이디어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찾아냈다. 이후 공학자들이 환자의 좌뇌와 우뇌에 들어가는 가로 95㎜, 세로 50㎜, 두께 7~12㎜의 BCI 장치를 제작해 뇌에 부착했다. 척수엔 신경 자극을 도울 가능한 짧은 막대 형태의 장치를 심었다. 온전한 척수가 6㎝만 있으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온워드메디컬의 설명이다.
5개월의 재활 치료 후 오스캄 씨가 보인 성과는 놀라웠다. 그는 현재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 운동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버 CEO는 “뇌와 척수 사이에 끊어지거나 손상된 연결 고리를 이어주는 ‘디지털 브리지’ 개념”이라며 “신경 장애로 인한 전신 또는 부분 마비, 운동 결함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온워드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65명의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한 결과 참가자의 72.4%(47명)의 힘과 기능이 향상됐다. 온워드메디컬은 이런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신청했다. 한국의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도 해당 장치를 마비 환자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위스가 BCI의 글로벌 허브로 부상한 이유는 존엄사를 허용할 정도로 의료 분야 규제가 덜한 데다 융합 학문의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서다. 오스캄의 치료 논문만 해도 로잔연방공대 뉴로X 연구소와 중개신경치료센터, 로잔대병원 임상신경과학과, 온워드메디컬, 프랑스 그로노블 알프스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의 참여로 완성됐다.
로잔=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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