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뿐 아니라 이른바 ‘유령 손(팬텀 핸드)’ 현상 연구 분야에서도 앞서 있다. 유령 손 현상이란 팔이 절단된 환자가 절단 부위가 남아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유령 손 연구 권위자인 솔라이만 쇼쿠르 EPFL 신경공학연구실 수석과학자(박사·사진)는 “남아 있는 감각을 최대한 살려 실제 손처럼 느낄 수 있는 의수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쇼쿠르 박사는 환자의 팔이 절단되더라도 말초신경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 절단된 부위에 국소적으로 자극을 주면서 각 손가락에 해당하는 말초신경의 위치를 찾아낸 다음, 이 부분에 각종 감각을 전달하는 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만난 쇼쿠르 박사는 ‘미니터치’라고 불리는 장치를 의수에 부착해 절단 환자가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수의 손가락 부분에 장착된 온도 센서에서 인식한 열이 절단 부위에 부착된 미니터치를 통해 뇌에 전달되도록 연구하는 중이다. 쇼쿠르 박사가 진행한 실험에서 피실험자 중 27명 중 17명이 온도는 물론 구리와 플라스틱, 유리 등 물체의 질감까지 느끼는 데 성공했다. 그는 “악수할 때 상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교감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늘어난다”며 “의수를 통해서도 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쿠르 박사는 온도뿐 아니라 질감과 촉감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각을 복원할 계획이다.
로잔=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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