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 재팬’ 행사장에 마련된 일본 1위 제약사 다케다제약 부스에서 사토 마사노리 총괄(사장급)과 비즈니스 미팅을 마치고 나온 한국 바이오기업 관계자가 뭔가 미진했던지 뒤따라 나온 사토 총괄에게 다시 질문 공세를 해댔다. 다케다제약의 오픈 이노베이션 총책임자를 만난 기회에 원하던 답변을 꼭 받아내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인터뷰 자리에 마주 앉은 사토 총괄은 “적극적이며 숨김 없고, 어쩔 땐 공격적인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태도가 인상 깊다”고 했다. 서로 비슷한 듯 다른 점이 많은 한국과 일본 제약·바이오산업의 협력 가능성을 엿본 순간이다.
그간 한국과 일본의 바이오 협력은 연구개발(R&D)보다는 세일즈 협력에 가까웠다. 일본에 있는 대형 제약사(빅파마)가 한국에 들어와 약을 팔고, 한국 제약사는 일본 의약품 유통사에 국산 약을 납품하는 식이었다. 최근 들어 양국의 협력은 한층 고차원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완성품을 갖다 파는 것을 넘어, 이제는 신약을 함께 개발하기 위해 공동 R&D에 나서는 모습이 하나둘 포착되면서다. 사토 총괄은 “R&D 초기 단계의 후보물질을 한국 기업과 같이 개발하는 데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 내다 팔 단계의 후보물질이 아니라 초기 물질을 들여와 같이 개발하는 형태의 협력은 글로벌 빅파마가 선호하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방법이다. 한국 바이오 기업으로선 한·일 협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웃 나라 일본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미국, 유럽이라는 큰 시장에 가기 전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본 제약·바이오 시장은 미국, 유럽을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올해 기준 내수시장 규모만 60조엔에 달한다.
게다가 매출 세계 15위 다케다제약을 비롯해 다이이찌산쿄, 오노제약 등 글로벌 빅파마도 여럿 있다. 일본 시장에서 입지를 쌓으면 그다음 시장으로 발을 내딛기가 한층 수월할 것이다.
일본 빅파마도 한국 기업과의 R&D 협력을 반기고 있다. 기초과학이 탄탄한 일본은 수백 년 역사의 빅파마를 여럿 배출했지만 R&D ‘허리’ 역할을 해줄 스타트업 생태계는 부실한 편이다. 반면 한국은 빅파마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가 탄탄하다. 다양한 후보물질과 R&D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한국과 일본 바이오 협력이 ‘윈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사토 총괄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나라가 협업한다면 적지 않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한·일 바이오 협력이 K바이오에 새로운 성장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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