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및 웰빙 문화 등의 확산으로 도보 여행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펜데믹 이후 소규모 그룹의 여가 활동이 늘면서 새로운 장거리 트레일에 대한 수요도 요구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성인 남녀 중 두 달에 한 번 이상 등산·도보 여행 활동을 하는 인구는 전체 성인 남녀의 78%로 3229만명에 달하고 있다. 등산·도보 여행 활동 인구는 2015년 63%에서 2018년 71%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림 경관과 산림자원을 활용한 K-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며 “재정 자립이 낮고 소멸 위기인 산촌에 숲길을 조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충남 태안에서 경북 울진까지 849㎞에 걸쳐 한반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숲길인 동서 트레일을 2026년까지 조성한다. 산림 생태적,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동서 횡단 장거리 트레일을 조성해 국민의 장거리 숲길 수요를 맞춘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지난달 27일 동서 트레일 서쪽 첫 구간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 구간을 개통시켰다. 산림청은 이날 안면도에서 동서 트레일 서쪽 첫 구간 개통을 기념해 안면도 숲길 걷기 행사도 열었다. 행사에는 임상섭 산림청장과 어린이 동반 가족, 전문 도보 여행자, 지역주민 등 300여 명이 참가해 안면도자연휴양림∼꽃지해수욕장 구간(4㎞)을 걸으며 소나무 숲과 해변이 어우러진 안면도의 매력을 만끽했다.
이날 개통한 구간은 동서 트레일 서쪽 시작점인 태안 지역 1∼4구간(57㎞)이다. 경북 울진 55구간(20㎞), 경북 봉화 47구간(15㎞)에 이어 세 번째로 조성한 구간으로, 올해 말까지 21개 구간(300㎞)을 추가 개통시킬 계획이다.
총 604억원을 투입하는 동서 트레일은 5개 시·도, 21개 시·군, 87개 읍·면, 239개 마을을 통과한다. 849㎞ 중 국유림이 123㎞(15%), 공·사유림이 726㎞(85%)다. 본선 55개와 지선 2개 구간으로 이뤄지며, 1개 구간 평균 거리는 15㎞다. 구간마다 2개 마을을 통과하는 셈이다. 거점 마을은 90개로, 구간별 시점과 종점 역할을 하는 거점 마을 58개소와 노선 중간에 위치한 거점 마을 후보지 32개소로 구성했다. 야영장은 43개소 및 야영장 겸 대피소 1개소 합해 44개소다.
대전 구간 중 계족산성, 질현성, 고봉산성, 숲길에서 조망되는 대전시 전경과 대청호반의 수변 경관이 뛰어나다. 세종 구간 가운데는 매봉등산로에서 바라보는 금강변과 세종시 경관이 두드러진다. 충북에는 삼국시대 삼년산성, 세조가 머물다간 마을 대궐터, 고려 태조 왕건이 넘나들던 말티재, 연풍순교성지, 호소사열녀각 등 역사 문화자원과 속리산 절경이 어우러져 있다. 충남에는 불교 발자취인 서산마애삼존불상·보원사지·상가리 미륵불, 남연군묘, 원효암터 등과 복신굴, 쉰들바위, 무령왕릉, 공주 공산성 등 백제 유적들이 다수 있다. 경북 구간은 보부상길인 십이령길, 조령성황사, 내성행상불망비, 산양서식지 및 금강소나무 등 산림생태자원의 보고이다.
동서 트레일은 다양한 의미를 담은 길로 조성한다. 우선 한반도 남쪽의 중간 지점에서 동과 서를 연결하는 최초의 숲길이다. 우리나라 대표 소나무인 안면도 소나무림과 울진 금강소나무림을 연결하는 숲길이면서 충청권과 경북권을 숲길로 연결해 권역 간의 소통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서 트레일 구간 내 잠재된 다양한 문화·경관자원을 발굴·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국민들의 장거리 트레일 수요에 맞는 숲길을 제공해 국민의 숲길 만족도 제고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거리 트레일로 조성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산림청은 2026년까지 세종시, 대전시, 충남, 충북, 경북 등 동서 트레일 경유 지역 모든 구간을 완공할 계획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산림자원을 동서 트레일로 연결해 도시와 산촌이 상생하는 가치 있고 건강한 숲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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