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GDP 성장률로 예측한 투자 시장의 미래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4-10-16 10:09  

이 기사는 10월 16일 10: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팬데믹 직전의 인수합병(M&A) 시장은 장밋빛 미래로 가득 차 있었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금리를 낮췄고, 이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M&A 시장을 떠받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19년 말 시작된 팬데믹은 일상 생활과 거시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M&A 시장도 함께 부진을 맞이했다. 각 국가가 팬데믹 극복을 위해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했고 그 결과 M&A 시장은 2021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M&A 시장의 참가자들은 다가올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을 예상하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했다.

2008년 이후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2022년 찾아온 인플레이션은 필연이었다. 돌이켜보면 실질 성장율을 넘어선 유동성이 공급됐기 때문에 자산 거품이 어느 정도 걷힐 때까지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2022년 M&A 시장은 거래 규모가 10% 이상 감소하는 침체기를 맞이했으나, 이는 전례 없는 공포에 휩싸였던 2023년보다 나은 편이었다. 이 시기 M&A 시장은 마치 2006년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낮은 수준의 활동을 보여줬고, 프로젝트 펀드처럼 시장 참여자 일부는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2022년부터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회복’이라는 단어가 적절치 않아 보인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역대 최저 수준의 M&A 활동을 보여줬다. PwC를 비롯한 여러 전문 기관도 올해 하반기와 2025년에는 긍정적 지표와 부정적 지표가 혼조돼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시경제의 영향받는 M&A 시장
M&A 시장의 중·단기 미래 추세를 예측하려면 시장 참여자의 근본적 동기(Motivation)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M&A는 덩치만 클 뿐,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거나 판매자가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품 구매자는 이 상품이 내게 꼭 필요한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등을 따지고, 판매자는 적절한 원가에 생산해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가격에 팔 수 있는지 생각한다.

M&A 시장도 유사한 원리로 돌아간다. 따라서 M&A 시장도 일반 가계 경제처럼 거시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 가정이 합리적인지 검증하려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가 M&A 시장 성장률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M&A 시장 내년에는 반등 가능성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GDP 성장률과 거래 규모 변동률은 거의 유사한 추세를 보이며, 두 요인간에는 통계적으로도 유의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거래 규모 변동률은 GDP 성장률에 비해 좀 더 큰 폭의 변동을 보이는데, 이는 M&A 시장이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GDP 성장률과 중·단기 GDP 성장률은 얼마일까? PwC Global 및 PwC Analysis에 따르면 2021년 6.5%, 2022년 3.4%, 2023년 3.2%, 2024년 3.1%, 2025년 3.2%, 2026년 3.1%, 2027년 3.0%이다. GDP 성장률에 대한 예측이 맞다는 전제로 봤을 때 올해는 전반적으로 M&A 시장의 부진이 쉽게 회복되기 어렵고, 내년에는 반등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반면 2026년과 2027년에는 M&A 시장이 다시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서 M&A 시장의 민감성을 고려한다면 2025년에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반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M&A 시장의 급속한 회복, 심지어 2021년 수준의 회복을 예상하는 것은 다소 낙관적인 판단으로 볼 수 있다.
PE 시장의 회복 폭, M&A보다 훨씬 클 것
M&A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모펀드(PE)의 활동은 어떨까?

PE의 투자 활동은 M&A 시장의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몇 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 미집행 출자약정금인 드라이파우더(Dry powder)가 얼마나 있는지, 현재 운용 중인 펀드의 만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유동성공급자(Liquidity Provider, 이하 LP)의 투자 및 투자금 회수(Exit)에 대한 압박이 있는지 등이 PE의 투자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최근 전문가들은 드라이파우더가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점, 여러 PE의 최근 2~3년간 활동이 부진했던 점, LP의 압박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PE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나 올해 초부터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회복 조짐이 아직 본격적으로 관찰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듯하다.

그렇다면 과거 PE의 활동 추이는 어땠을까?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PE 활동은 GDP 성장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징이 관측된다.

첫째, PE 활동은 GDP 성장률보다 훨씬 민감하고 큰 폭으로 변동한다.

둘째, 2~4년 정도 주기로 상승 또는 하락하는 흐름을 보인다. 통상적으로 투자 대상을 확정하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의 만기는 8~10년이고, 만기 안에 투자한 후 엑시트까지 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펀드 결성 후 대략 4~5년 내로 대부분의 투자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 PE간 경쟁이 심화되어 온 점(위의 마지막 그림 참조)에서 이런 짧은 주기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따라서 최근 2~3년간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PE 시장 기준으로 봤을 때 PE 시장의 단기적 회복은 멀지 않았고 그 회복의 폭도 M&A 시장의 변동 폭보다 훨씬 크다고 예상할 수 있다.
하반기 M&A 시장 ‘점진적 회복’
마지막으로 올해 하반기 M&A 시장과 PE 시장은 어떻게 될까? M&A 시장부터 살펴보자.



위 그래프의 거래 건수와 거래 금액을 보면 올해 상반기 M&A 시장이 얼마나 부진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팬데믹이 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모두가 공포에 질렸던 2020년 상반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는 세 가지 요인으로 점진적 회복을 예상한다.

첫째, 미국의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다. 이는 M&A 시장에서 조달 비용의 하락을 의미하므로 M&A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둘째, 11월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일반적으로 대선이나 총선은 시장에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미국 대선이 마무리되면 M&A 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셋째, 앞서 살펴본 것처럼 PEF의 흐름을 고려한다면 PE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PE가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봤을 때, 이는 M&A 시장에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이다.

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 GDP 성장률 및 기업 실적의 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M&A 시장의 극적 회복을 뜻하진 않는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으로 인해 유가, 곡물가, 전 세계 국가간 관계 등에서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는 M&A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올해 하반기 M&A 시장은 ‘점진적 회복 또는 회복 징후를 보이는 단계’ 정도로 예상된다.
PE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 아직 시기상조
그럼 올해 하반기 PE 시장은 어떠할까?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PE의 상반기 활동은 M&A 시장의 부진보다 더 부진한 모습이다. PE들이 거시 경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 조달 비용(이자율)에 더 민감한 점, 전략적 투자자보다 투자 선택의 폭이 넓어 시장 관망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PE 활동의 경우,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나아지고 M&A 시장의 점진적 회복세보다 더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율이 하락하고 불확실성이 일부 제거되는 등 상반기 부진 요소들이 변곡점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부진했던 투자를 마냥 미룰 수 없는 점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앞서 언급된 2~4년 주기를 고려하면 PE 활동은 단기적으로 전략적 투자자의 활동보다 더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M&A 시장의 회복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PE 시장 회복의 속도감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의 국내 PE 시장을 보면, 대형 글로벌 및 로컬 PE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이런 대형 PE의 활동이 대형 거래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PE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특히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프로젝트 펀드의 활동이 여전히 부진해 시장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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