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을 지금의 9배인 연간 100억달러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국을 현금인출기라는 의미를 포함한 ‘머니 머신’에 비유하며 그만한 분담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북한이 경의선 및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한 사실을 두고 자신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이달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한 방위비 분담금 협정 문안을 타결했다. 2030년까지 해마다 분담금을 올릴 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조건도 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론한 연간 100억 달러는 한국이 2026년 이후 지불할 액수의 9배 가깝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으로 그가 당선될 경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더 부담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재임 당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압박한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50억 달러의 연간 방위비 분담금을 처음에 요구했으나 한국이 난색을 보여서 일단 20억 달러를 내게 하고 그다음 해에 다시 50억 달러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자신이 합의한 것을 다 뒤집었다면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북한이 막 철로(실제로는 도로)를 폭파했다”며 “이것은 나쁜 소식이며, 오직 트럼프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미국에서 공장을 짓기 시작할 것”이라며 “나에게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중앙은행(Fed)에 대통령의 발언권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당선될 경우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물러나게 할 것인 지에 즉답은 피했지만 파월 의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Fed 의장에 대해 “정부에서 최고의 직업이다. 한 달에 한 번 사무실에 나타나 ‘(금리 결정 관련) 동전을 던지자’고 말하는데, 모두가 신처럼 얘기한다”고 비꼬았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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