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 매설지점까지 17m가량 땅굴을 파고 들어가 기름을 훔치려다 적발된 일당들이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병만)는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58)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월 8일부터 6월 20일까지 충남 천안 서북구 두정동 2층짜리 창고 건물을 임차한 뒤 1층에서부터 지하 4m 깊이의 땅굴을 파 매설된 송유관에서 석유를 절취하려다 적발됐다.
총책 B씨의 주도하에 모인 9명은 석유 절취시설 설치 기술자, 땅굴 굴착 작업자 등으로 각자 역할을 나누고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송유관 매설 지점을 탐측하는 등 사전 준비도 치밀했다. 이들이 파낸 땅굴 규모는 가로 75㎝, 세로 90㎝, 길이 16.8m가량이다. 땅굴 바로 위에 4차선 도로가 있었으며, 주변은 초·중학교, 도서관, 아파트가 있는 도심지였다.
이날 A씨 측은 "범행을 도운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땅굴을 파고 난 뒤 나온 흙을 운반하는 역할만 했을 뿐 직접 땅굴을 파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차량을 운전하거나 범해 자금을 마련한 다른 피고인들 역시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으나,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크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앞서 재판받은 주범 B씨(54)와 C씨(54)는 1심에서 각각 징역 5년,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편 대한송유관공사 지사장은 "송유관을 노리는 범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가벼워 범죄자들이 재범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피고인들을 중한 형으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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