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커니의 니콜라이 도버스타인 글로벌 정보기술(IT) 총괄 겸 말레이시아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세계에서 AI 서비스 자립 능력을 갖춘 나라는 15개국에 불과하다”며 “한국이 AI 자립국이 되기 위해선 더 많은 투자와 사회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15개국은 AI 투자 여력이 있는 미국, 중국, 한국,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이다. 도버스타인 총괄은 “미국과 중국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며 글로벌 AI 시장의 양강 구도를 굳히고 있다”며 “한국, 영국, 북유럽 등 IT 인프라를 잘 갖춘 나라가 AI 투자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자립국이 되려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인재 유치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당한’ 돈을 투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커니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올해에만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총 2000억달러(약 270조원)를 집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번스타인 총괄은 국가와 기업이 AI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로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그는 “제조업에 AI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평균 45%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30%에 달하는 만큼 어느 나라보다 빨리 AI를 제조업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번스타인 총괄은 AI를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왔던 익숙한 방식을 통째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도버스타인 총괄은 “기존 공장을 AI 공장으로 탈바꿈시키려면 새로 공장을 짓는 것보다 몇 배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5~7년 이후 AI 도입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도버스타인 총괄은 국가뿐 아니라 개별 산업에서도 AI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통신사에 AI를 적용하면 상각전영업이익률(EBITDA 마진율)을 8~10%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도버스타인 총괄은 설명했다. 20~30% 수준인 한국 통신사들의 EBITDA 마진율이 30~40%까지 높아진다는 얘기다.
도버스타인 총괄은 AI 자립국이 되려면 먼저 AI 생태계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첫걸음은 규제 완화와 인재 유치라고 설명했다. 도버스타인 총괄은 “AI를 육성하려면 AI를 손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전 세계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한국이 AI 중심지가 될 것이란 믿음부터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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