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해 하반기 예정됐던 서울 지하철 요금 인상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지면서 인상 폭도 기존 150원에서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의 공공요금 인상 자제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요금 변경을 위해 사실상 시의회 승인을 받도록 한 조례 개정안이 최근 시행됐기 때문이다.
17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김현기 시의원(국민의힘)이 발의한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물대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지난달 시행됐다. 물대위는 소비자단체, 변호사, 서울시 공무원 등 최대 30명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다. 교통·도시가스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요율과 시기 등 방안을 마련해 오세훈 시장에게 권고한다. 최종 결정은 물론 오 시장의 몫이지만 실제 요금 인상 과정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해 7월 물대위는 지하철 요금을 작년과 올해 두 번에 걸쳐 150원씩 올리는 방안을 의결했고 실제 작년 10월 한 차례 인상이 이뤄졌다. 올해 추가 인상을 앞두고 시행된 조례 개정안에서는 시의회가 물대위 안에 최종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권한이 크게 강화됐다. 김 의원은 “그동안 시장 자문기구에 불과한 물대위가 천만 시민의 대표인 시의회의 견해를 심의해 왔는데 이는 앞뒤가 전도된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시는 조례 개정 전 물대위에서 이미 150원 추가 인상이 의결된 만큼 시의회 의견을 다시 수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진다면 물대위부터 다시 열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대위가 다시 열린다면 시의회 의견은 반드시 반영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인상 폭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시 교통실 관계자는 “외부 법률 자문을 받아보고 (물대위 개최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로 인해 물대위가 실권을 잃고 허수아비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물대위에서 활동한 한 위원은 “소비자단체, 교수 등 여러 전문가 집단 대표들이 모여 결정한 사항을 시의원들이 뒤집을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호재 서울시 민생노동국장도 지난달 의회에 참석해 ”심의기구(물대위)가 최종적으로 조정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는 일단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경기도, 인천시,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등 관계기관과 협의부터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한 차례 만난 데 이어 이달 25일에도 요금 인상 시기 등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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