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법이 만나는 교차 지점서 든든한 법률 조력자 될 것"

입력 2024-10-17 16:47   수정 2024-10-17 16:51



서슬 퍼런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서 동료들과 차를 마시며 ‘그림계’를 하던 검사, 범죄자들의 글씨체를 연구하다 국내 1호 필적학자가 된 변호사, 저작권법으로 박사 논문을 썼고 소장품만 3000점이 넘는 미술 애호가.

구본진 더킴로펌 대표변호사(59·사법연수원 20기)가 국내 최초로 미술법 전문 서비스 ‘아르떼렉스’(예술을 뜻하는 스페인어 ‘arte’와 법을 뜻하는 라틴어 ‘lex’의 합성어)를 출범하면서 또 한 줄의 수식어를 추가했다. 구 변호사는 “한국 미술 시장이 한층 투명해지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16일 서울 삼성동 더킴로펌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구 변호사는 “미술과 법이 만나는 교차 지점에서 미술 시장 활성화에 일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리즈’(FRIEZE·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가 2022년 한국에 상륙한 뒤부터 국내 미술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기 시작했다”며 “미술품 수집가들이 늘고 있는 데다 외국에 진출하는 한국 작가들도 늘고 있어 사업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술과 구 변호사의 인연은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검사 월급으로는 그림 1점도 사기 어려웠던 시절, 그는 선배 검사 4명과 계를 꾸렸다. 한 달에 20만원씩 모아 돌아가면서 100만원어치 작품을 사는 식이었다. 1994년 중앙지검 형사2부에 함께 있던 고(故) 이호승 검사(13기), 김동찬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13기), 정홍화 한국전력공사 변호사(16기), 최재정 정부법무공단 변호사(16기)가 계원들이었다. 그렇게 얻게 된 인생 첫 작품이 임철순 작가의 ‘숲속-Life’다. 이 작품은 아직도 그의 자택 거실에 걸려 있다.

구 변호사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미술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미술품 투자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미술 시장이 점점 더 대중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술품은 절세 혜택이 쏠쏠한 투자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부동산이나 주식과 달리 취득세·등록세·보유세 등 각종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가 있긴 하지만, 양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이거나 양도일 기준 생존해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인 경우 면제된다.



돈이 몰리는 곳엔 범죄자들도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최근 투자자 수백명이 1000억원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갤러리K의 아트테크(미술품 재테크) 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구 변호사는 “미술품 투자로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작품성과 상품성은 별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차적으로 예술을 향유할 줄 알기 위한 식견이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부가 돼야 제대로 된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법 등 미술품 가치와 직결되는 법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아르떼렉스는 미술품의 △매입·판매부터 △상속·승계 △진위 감정 △금융·투자 및 제삼자 보증 △저작권 보호 △소송 및 도난품 회수 △기부·자선에 이르기까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종합적인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술품 거래가 국적을 불문하고 이뤄지는 만큼 해외의 미술법 전문 로펌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국경을 뛰어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도 있다. 구 변호사는 “이르면 다음 달 미국 로펌과 MOU 체결 논의를 시작해 지평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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