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논란이 당정 간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10·16 재·보궐선거 이후 처음 열린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요구 사항을 내걸면서다. 다음주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에서 문제를 어떻게든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높다. 당정 관계는 물론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도 김 여사를 사이에 둔 두 사람 간 논의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어 대통령실 내 김 여사 측근 인사들을 겨냥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 역시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김 여사가) 솔직히 설명해 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강경 발언에는 전날 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된 당 지도부의 절박감이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등 텃밭을 지켰지만, 야당과의 표 차가 2022년 대선 및 지방선거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된 일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것이 반복되면서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 마지막 기회를 주셨으니,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국민들이) 보내준 지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 대표와의 양자 회동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한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김 여사 관련 논란을 계속 덮고 지나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마지막에 통 큰 결단을 내리는 특유의 스타일이 발휘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한 대표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며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수준에 이르러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한 대표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부끄럽거나 추한 모습이 드러나도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김 여사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린 데 대해서는 “검찰의 설명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 우려를 불식할 조치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