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지난 1주일은 특별한 경험…저의 일상 달라지지 않길"

입력 2024-10-17 19:46   수정 2024-10-17 19:47


“그토록 많은 분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신 지난 1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이 17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해 이같이 수상 소감을 말했다.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을 기려 2005년 설립된 포니정재단은 지난달 한 작가를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이날 시상식은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두문불출하던 한 작가가 처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그는 스웨덴 공영방송 SVT와의 짧은 인터뷰를 제외하고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모두 고사해왔다.

한 작가는 “노벨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 현실감이 들지 않아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다”며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제야 현실감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제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또 “지금은 올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해보려고 애쓰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확한 시기를 확정 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술을 못 마신다”며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해 모든 카페인 음료를 끊었고, 좋아하던 여행도 이제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저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 사람입니다.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합니다.”

그는 “담담한 일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이라며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설을 막상 쓰기 시작하면 길을 잃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설 때 놀라게도 되지만, 먼 길을 우회해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의 기쁨은 크다”고도 했다.

한 작가는 스물네 살 때인 1994년 단편소설 ‘붉은 닻’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30년을 맞은 감회에 대해 그는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 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30년의 곱절은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또 “약 한 달 뒤 만 54세가 된다”며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이라고 했다.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물론, 그렇게 쓰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말입니다.”

그는 “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다”며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한 작가는 스웨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달이나 다음달 집필 중인 소설을 마무리하고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오는 12월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한림원으로부터)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쓰는 작품을 마무리하고 그 이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신연수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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