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선거가 이변 없이 마무리됐다. 네 곳에서 치러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텃밭을 지켰다. 서울교육감 선거 역시 진보 진영 후보가 승리하며 2010년 이후 진보 우위를 이어갔다.
16일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곡성 군수 등을 놓고 재·보선이 치러졌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던 금정구에서 오후 11시30분 기준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58.9%를 득표해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41.1%)를 18%포인트가량 앞섰다. 여당이 신승하거나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뒤엎고 비교적 여유 있는 표 차로 윤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졌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영광군수 재선거에서도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40.9%를 득표해 당선이 확정됐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는 31.4%,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26.0%의 득표율을 나타냈다.
강화군수 선거에서는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 곡성군수 선거에서는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 지었다.
서울교육감 선거에선 진보 성향 정근식 후보가 51.4%를 득표해 보수 성향 조전혁 후보(득표율 44.9%)를 누르고 당선이 확실시된다.
정치권에서는 두 진영 지지자들이 위기감에 결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의 메신저 내용 유출, 임박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법원 판결 등 두 진영의 악재가 지지자들에게 원심력이 아니라 구심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훈 리더십에 힘 실릴 듯…"국민 뜻대로 쇄신 이끌겠다"
여론조사에서는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와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접전을 벌였다. 선거 전날 김 여사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주고받은 모바일메신저 내용이 공개되는 등 여러 악재가 여당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여론조사에 진보층이 과표집된다는 전제하에 5%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김 여사 리스크로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던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이 끝까지 뭉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던 인천 강화군수 선거는 예상외로 접전을 보였다. 범여권 인사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출마하면서 표가 분산된 탓이다. 텃밭으로 분류되던 두 지역을 모두 지켜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으로서는 ‘최선의 방어’였다는 평가다.
친한(한동훈)계 관계자는 “만약 금정구에서 졌다면 친윤(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책임론’을 제기했을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큰 표 차이로 텃밭을 지켜낸 만큼 한 대표의 발언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 초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도 한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국민의힘과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여긴다”며 “국민의 뜻대로 정부 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패배하기는 했지만 여당 텃밭에서 적지 않은 득표율을 올린 만큼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조국혁신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는 의미도 있다.
정소람/노경목/정상원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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