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가 최근 18년 만에 플랫폼 명을 'SOOP(숲)'으로 변경하며 새 간판을 내걸었다. 이번 결정은 기존 자극적인 방송과 벗방(노출 방송), 현금 결제를 부추기는 엑셀 방송 등으로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각오다.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SOOP 시청자들은 중심으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내부 콘텐츠는 바뀐 게 없다는 비난이 잇따른다. SOOP은 방송 진행자를 뜻하던 'BJ'를 '스트리머'로 '아프리카페이'를 'SOOP페이'로 '방송국'은 ‘채널’로 바꿨다. 다만 시청자가 BJ에게 보내던 현금성 아이템인 '별풍선'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엑셀 방송'은 지난해 SOOP 별풍선 수입 1위인 커맨더지코의 방송이었다. 그는 별풍선 3억6000여개를 받고 200억여원을 환전받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SOOP은 지난해 별풍선 매출 상위 10명의 BJ에게 총 656억원을 지급했는데 이 중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날 9시 54분경 커맨더지코는 흑팀과 백팀을 나누어 별풍선을 유도하고 있었다. 참여한 스트리머들은 여성이 대부분이었고 별풍선이 터지면 무대에 나와 짧은 의상을 입고 춤을 췄다.
실시간 방송 시청자 수는 1100명이 훌쩍 넘었다.
스트리머 케이도 커맨더지코와 같은 방식으로 엑셀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방송에 참여한 스트리머들은 시청자들에게 별풍선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며 스트리머 팬들끼리의 과금 경쟁을 부추겼다. 이날 방송에서 별풍선 1만개가 터지자 여성 스트리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춤을 추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엑셀 방송은 BJ들이 별풍선 후원을 통해 받는 후원금 순위를 실시간으로 엑셀 문서처럼 정리해 공개하는 방송이다. 이에 방송에 참여한 스트리머들의 실시간 별풍선 순위가 표시됐으며 여성 스트리머 들은 주로 노출 있는 의상과 섹시 댄스 등을 통해 자신의 성적 매력을 내세웠다.
토크·캠방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방송하는 여성 스트리머들은 대부분은 상체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방송을 진행했다. 한 여성 스트리머는 본인의 가슴 사이즈를 방 제목으로 설정하며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해당 주제로 방송하는 스트리머들의 방송 패턴은 비슷했다. 일정 금액 이상의 별풍선이 터지면 신체를 노출하며 선정적인 춤을 추고 리액션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노골적으로 별풍선을 유도하는 스트리머도 있었다.
스트리머 A씨는 본인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별풍선 구매 방법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했다. A씨는 별풍선 하루 한도는 1만개이며 본인의 열혈 팬이 되기 위해서는 10일 연속으로 들어와 일정 개수 이상의 별풍선을 쏘면 된다고 말했다.
여성 스트리머들은 별풍선을 쏘면 금액에 따라 '소원권', '식사데이트', '카톡 연락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주소', '애교', '댄스' 등의 경품을 제공했다.
이외에도 속옷을 대놓고 노출하는 스트리머, 춤을 추며 치골을 보여주는 스트리머 등 대부분이 자극적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청자들도 댓글에 "잘하면 보이겠다", "하얀색 속옷이 더 좋다"며 노골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들을 미성년자들도 아무런 규제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기자는 비회원 상태로 SOOP에 접속했는데 앞서 설명한 엑셀 방송과 노출 방송을 클릭 한 번만으로 쉽게 볼 수 있었다. 본인의 바지를 내려 골반 아랫부분을 보여주며 방송을 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기자는 성인인증 후 로그인해 19금이 걸린 방송을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스트리머의 노출 수위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SOOP은 이러한 노출 방송과 과금 유도를 부추기는 엑셀 방송에 대한 선정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만큼 성기 노출, 성행위를 하는 행위나 음란물 또는 음란 사이트를 송출하거나 홍보 및 유포하는 행위 등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SOOP은 올해 사명 변경과 플랫폼 명, 로고, 슬로건까지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으나 간판만 바꿨다는 비판이 잇따르며 부정적인 시선이 거둬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SOOP은 상장 후 몸집을 키우고 있고 회사 수익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과금 모델인 별풍선이 많이 터져야 수익이 나는 만큼 이러한 방송에 대해 과한 제재를 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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