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토부의 시멘트 수입·비축 방안 관련 공공기관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시멘트 수입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와 주택 가격의 영향은 작은 반면 민간 건설 생태계 개입 등으로 업계 반발과 논란이 우려된다”고 보고했다. 이 간담회는 지난 8월 국토부가 시멘트 수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LH, 한국도로공사 등 각 공공기관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부는 2일 천정부지로 뛴 건설 공사비를 안정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시멘트 수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내 시멘트업계가 2021년 t당 7만8800원에서 지난해 11만2000원으로 3년 새 40% 넘게 시멘트 가격을 올리자 나온 대책이다. 하지만 LH가 시멘트 수입은 주택 가격 인하에 별 효과가 없다고 보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맞닥뜨렸다.
LH의 간담회 보고 자료를 보면 주택 공사비 중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0.8%에 그친다. LH는 “시멘트 가격을 10% 절감했을 때 주택 건설 공사비는 0.08%밖에 안 떨어진다”고 했다. 전용 59㎡ 한 호당 공사비에 2억5000만원이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시멘트 가격이 10% 내려가면 공사비가 20만원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건설 물가의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멘트 가격 인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수입 시멘트 수입·비축을 통한 건설 물가 안정화는 종합적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논리는 그동안 시멘트업계에서 펴던 주장인데 LH도 이를 인정한 것이다.
이 자료에는 수입 시멘트가 결과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란 주장도 담겼다. LH는 “해외 현지 생산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물류비, 관세를 추가로 고려하면 국내 생산 가격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효율적 관리를 통한 가격 인하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 한 시멘트 제조사 공시를 보면 국산 시멘트는 t당 11만2000원대의 공식 단가가 아니라 훨씬 낮은 가격(약 9만6082원)에 판매된다. 중국산 시멘트 예상 수입 가격이 t당 9만54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 않다.
국토부는 “LH가 일방적으로 만든 문건이고, 수입 시멘트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보다 시장 정상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시멘트가 국내 시장에서 가격 조정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수입이란 선택지를 도입해 정상화의 시발점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중국산 시멘트 수입에 따른 건설비 가격 인하 효과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강행하고 있다”며 “시멘트는 국가기간산업인 만큼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형창/유오상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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