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조롱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 지지자들로부터 "영부인을 조롱하냐"는 욕설 섞인 '문자 폭탄'을 받은 데 이어 당내 보좌관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결혼식 사진을 올리면서 "올해가 결혼 20주년이었다. 결혼기념일은 9월이었는데, 서로 잊어버리고 지나갔다"며 배우자를 향해 "오빠, 20주년 선물로 선거운동 죽도록 시키고 실망시켜서 미안해"라고 썼다.
배우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올린 게시물인데, 글 말미에 쓴 "이때 오빠는 우리 집에서 20년째 뒹굴거리는 배 나온 오빠입니다"라는 문장이 일부 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됐다. 최근 선거 브로커 명태균씨가 촉발한 김 여사의 '오빠'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였다.
김 대변인의 해당 게시물에는 "피아구분 못하는 내부 총질러가 여기 있었군요", "대변인이라니 개탄스럽다", "안타깝다", "남편 배 나온 사진 한번 올려봐라", "'이때 오빠는' 이라는 워딩을 안 썼다면 다들 관심도 없었을 건데" 등 댓글이 달렸다. 김 대변인에게는 "영부인을 조롱하냐"며 욕설 섞인 문자도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윤(親윤석열)으로 꼽히는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의 여명 보좌관도 김 대변인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영부인 조리돌림' 릴레이 인증 글인 줄 알았다"며 "당 의원, 보좌진들이 연일 민주당의 정쟁 국감을 방어하느라 밤샘 국감을 치르고 있다. 대변인은 정무직이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저런 글을 올리는 '국민의힘 대변인'의 부박함에 실소를 넘어 처연한 감정마저 올라온다"고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 대변인은 19일 추가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년째 뒹굴거리는 배 나온 오빠'는 당연히 제 남편이다. 정말 몰라서 물으시는 건가. 제 글에 남편 외에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느냐"며 "왜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냐고 화내는 분도 많은데, 제가 평생 그렇게 불러온 걸 이 나이까지 못 고쳤다. 그게 누구에게 이렇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글에 쓴 '오빠'라는 호칭이 바로 '제 남편'을 말하는 거라는데, 밑도 끝도 없이 '영부인 조롱하냐'며 욕설하는 문자가 많이 오고 있다"며 "제 글에 어느 부분이 그렇게 해석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누가 설명 좀 해달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 게시물에 쓴 '이때 오빠는 우리 집에서 20년째 뒹굴거리는 배 나온 오빠입니다'라는 문장은 삭제했다.
이들의 장외 설전에 불을 붙인 김 여사의 '오빠' 논란은 최근 명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김 여사와의 과거 사적 대화에서 불거졌다. 명씨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는데, 대화 속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가 누구인지를 놓고 여러 해석이 제기되며 정치권에서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당시 명씨가 공개한 카톡 대화에서 김 여사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라고 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김 여사가 언급한 '오빠'가 윤 대통령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 '오빠'가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해명했는데, 명씨가 대통령실의 해명 이후 "김 여사의 친오빠는 정치적인 내용을 모른다"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명씨는 결국 이 오빠는 김 여사의 친오빠가 맞다고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확인했다. 명씨는 그동안 오빠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것에 대해 "(언론에) 농담했다. 언론을 골탕 먹인 것"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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