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이렇게 된 건 코레일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계약기간 5년짜리 사업을 발주하면서 사업자로부터 받는 정산거래 건당 최소 수수료율을 기존 0.7%에서 최소 1.8%로 두 배 넘게 올렸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2011년 이후 약 13년간 이어진 철도 요금 동결 등 영향으로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20년 1조211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연간 영업손실은 2021년 3969억원으로 축소됐지만 지난해 다시 4415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부채도 급증해 지난해 기준 20조4700억원에 달하는 빚을 짊어졌다.
건당 수수료율이 급증하자 기존 사업자인 티머니는 입찰을 포기하고 이동의즐거움이 단독 응찰했다. 이동의즐거움 전신은 롯데카드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로,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5월 호주계 사모펀드 맥쿼리자산운용에 약 4000억원에 지분 전량을 매각해 이름을 바꿨다.
코레일은 경쟁 입찰이 이뤄지지 않자 여러 차례 유찰시킨 끝에 지난 2월 이동의즐거움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이동의즐거움이 데이터 연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 및 요금 정산을 위해선 코레일뿐만 아니라 서울교통공사, 서울버스, 경기버스, 인천버스 등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받아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동의즐거움은 코레일 외 다른 기관과는 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 부랴부랴 교통 요금 결제 정보를 가진 카드사에 데이터를 요청했으나 카드사는 개인정보 제공의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는 점을 들어 일제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코레일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코레일 관계자는 “티머니가 다른 기관의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 환승제도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티머니와 잘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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