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TK신공항, 국비 20조 지원해달라"…기재부는 '난색'

입력 2024-10-20 18:53   수정 2024-10-21 01:11

대구시가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 사업 재원으로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기 어려운 가운데 20조원에 달하는 사업비 전액을 공자기금에서 빌려달라는 것이 대구시 요청이다. 정부는 막대한 기금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대구시 요청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요청한 기금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국가 재정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TK신공항 사업을 공자기금에서 빌려 직접 시행하는 공영 개발로 추진하겠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TK신공항은 대구 도심에 있는 K2 군공항 및 대구국제공항을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로 이전하는 사업으로, 2030년 개항이 목표다. 공항이 있던 기존 부지의 개발 계획도 진행된다. 군공항 이전 비용은 11조5000억원, 민간공항 건설 비용은 2조5768억원이다. 기존 부지 개발엔 5조9000억원 등 20조원가량 사업비가 소요된다. 이 중 민간공항 건설 비용은 국고 부담이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불황 여파로 민간 사업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구시가 지난달 24일 마감한 TK신공항 건설 및 종전·주변지 개발 사업 모집 결과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곳은 없었다. 부지 개발에 따른 개발이익 규모가 불확실한 데다 사업 기간도 길어 금융 비용이 많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TK신공항 사업의 금융 비용은 14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대구시는 민간 개발 방식 대신 공자기금을 활용하면 금융 비용이 3조1000억원으로 줄어 총사업비가 32조원에서 17조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군공항 이전은 지자체 사무가 아니라 국책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할 때도 공자기금 6조5000억원을 국방부 특별회계로 전용해 편성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기금의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공자기금은 다른 기금에 재원을 빌려주는 ‘기금의 저수지’로 불린다. 내년도 운용 규모는 309조원이다. 원칙적으로 공자기금은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자기금법 개정 없이도 지자체 대여가 가능하다.

기재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자체에 대규모 공자기금을 빌려준 사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구시에 자금을 지원한다면 다른 지자체도 앞다퉈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속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자기금을 쓴다는 것은 다른 기금에서 여유 재원을 받지 않는 한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 채무가 불어나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무작정 늘릴 수 없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기재부 스스로 지원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며 “용산 대통령실, 여당과 협의를 거쳐 지원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대구=오경묵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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