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과 강남권을 중심으로 PF 우량 사업장에 다시 자금이 돌고 있다. 금융권의 부실 PF 정리 작업이 속도를 내는 시점에 정책금리가 내려가면서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사업성이 낮은 현장은 금융회사의 깐깐한 리스크 관리에 공사가 잇따라 중단되는 등 PF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 최대 규모 개발 사업인 서초구 서리풀 복합 개발은 지난 6월 1조2000억원 규모 브리지론을 조달해 부지 소유권을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았다. 축구장 13개 크기의 부지(9만4070㎡)로 2019년 매입가는 1조600억원이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등 5개사가 시공사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수서역세권 개발 사업도 4420억원 규모의 본PF 조달을 마쳤다. 서울 지하철 3·5호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수서고속철도(SRT) 환승센터와 신세계백화점·병원·오피스를 함께 조성하는 사업이다.
개발업계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PF 정상화 작업을 계기로 대형 우량 사업에 자금이 돌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일회성이 아닐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부실 PF 정리 방향성이 분명해지면서 안정적인 PF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 사업도 차질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GTX-C노선 사업은 3조4000억원 규모 PF를 당초 상반기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연내에도 모집을 마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국민은행은 신용보증기금에 선순위 PF 1조원에 대한 추가 보증 지원을 받아 투자자와 후순위 PF 수익률을 높여줄 방침이다. GTX-B노선 역시 아직 PF가 완료되지 않았다. GTX의 PF 모집이 지체되면서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대장홍대선’도 연내 PF 모집이 불투명하다.
광역시 프로젝트는 더 심각하다. 부산시 최대 개발 프로젝트인 북항 재개발은 PF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민간사업자 모집부터 잇달아 유찰됐다. 결국 사업 방향을 바꾸기로 하고 용역을 발주했다.
인천 2호선 검암역 역세권을 개발하는 ‘검암 플라시아 복합 개발’ 사업은 PF 금리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법인조차 설립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PF 조달은 서울 도심의 대형 사업장이나 입주 예정 기업이 탄탄한 곳에 한정된 얘기”라며 “브리지론 상태의 소규모 개발 사업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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