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 2024’(총상금 12억원)가 열린 경기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CC는 이른 아침부터 갤러리들로 북적였다. 18개월 손주를 데려온 노부부, 손잡고 경기장을 찾은 연인, 선수 얼굴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들고 열띤 응원에 나선 팬클럽까지 1만 명의 갤러리는 완연한 가을 날씨 속에 명승부를 구경했다.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급 대회답게 상금랭킹 상위 30위 선수 전원이 출전한 데다 서울 어디서든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명문 골프장에서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던 갤러리들은 “올해 열린 대회 중 날씨가 가장 좋다”며 입을 모았다. 이날 이천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18도를 기록했다. 유독 가족 단위 갤러리가 많았던 이유다. 선수가 클럽을 들고 자세를 잡을 때마다 갤러리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 바빴다. 하나같이 “하늘이 맑아 사진이 그림처럼 잘 나온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장수연·박주영·마다솜으로 구성된 챔피언조를 비롯해 KLPGA투어 간판스타들이 포함된 조는 구름갤러리가 내내 함께했다. 윤이나의 팬들은 ‘지금은 이나시대’가 적힌 커다란 깃발을 흔들며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이들은 깃발로 선수를 응원하는 한편 초보 갤러리의 질서 있는 이동까지 도왔다.
선수들도 다양한 팬서비스로 응원에 화답했다. 박현경의 ‘큐티풀현경’과 이다연의 ‘작은거인’ 등 각종 팬클럽 회원들이 뜨거운 함성으로 응원을 보낼 때마다 박현경과 이다연은 모자를 만지며 가벼운 목례로 답했다.
어린이 갤러리들도 눈길을 끌었다. 경기 남양주에서 온 남매 오승헌 군(11)·오지안 양(8)은 김수지 팬클럽에서 만든 모자를 함께 쓰고 응원에 한창이었다. 아버지 오정민 씨(51)는 “작년 우연히 김수지의 경기를 직관한 뒤부터 기회 될 때마다 현장 응원에 나선다”며 “김수지의 패기에 아이들이 반했다”고 말했다.
황유민 팬클럽 ‘윰블리’에서 만나 친구가 된 김서하 양(11)과 한연수 양(11)은 황유민 얼굴이 새겨진 대형 담요를 입고 함께 다녔다. 황유민의 별명인 ‘돌격대장’이 쓰인 현수막을 양손에 꼭 쥔 채 구경했다. 어머니 따라 골프 팬이 됐다는 서하 양은 “또래 친구와 함께 응원할 수 있어 외롭지 않다”며 “황유민의 모든 것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이천=조철오/유승목/최한종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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