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 보물상자' 열렸다…'한국 근현대미술사' 아카이브 대공개

입력 2024-10-21 10:07   수정 2024-10-21 10:24


리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한국근현대미술 자료들이 공개된다. 모두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자료들이다.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이 21일부터 '리움 아카이브' 시스템을 열면서다. 리움 아카이브는 1999년 삼성문화재단이 설립한 국내 최초 미술전문 아카이브인 한국미술기록보존소로부터 수집한 자료와 작가와 지인 및 유족들이 기증한 약 8만5000여건의 미술 기록을 담고 있다.

여기에 현재까지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해 온 리움, 호암미술관, 호암갤러리, 로댕갤러리, 플라토 등 미술 공간의 전시 아카이브도 담고 있다. 미술 자료는 '미술기록'으로, 미술관 자료는 '미술관 기록'으로 구성했다. 리움미술관은 지난 1년에 걸쳐 소장자료를 분류, 정리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거친 뒤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장자료 목록을 온라인 검색만으로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미술기록은 1998년 12월, 1세대 미술기자이자 평론가인 이구열 선생(1932~2020)이 기증한 4만 건이 넘는 한국근현대미술 관련 자료와, 최욱경, 권영우, 장우성, 이세득, 도상봉 등 근현대 작가들의 기증 자료 약 4만 5000여건이 포함됐다.



‘이구열 기증자료’는 해방 이후 1947년 9월에 창간된 한국 최초의 미술잡지 <미술(美術)> 창간호의 원본 등 귀중한 사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미술>은 창간호 이후 더 이상 발행되지 않아 미술사에서 더욱 의미를 가지는 자료다. 이밖에도 <조형예술>, <조선미술전람회도록> 등 역사적으로 희소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제공된다.

리움 아카이브에서는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미술사적으로 흥미로운 자료들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김환기가 박석호와 주고 받은 친필 서신, 김환기 타계 직후인 1975년 상파울루비엔날레 김환기 특별 회고전 전시도록도 공개된다. 박수근을 외국 후원자들과 이어준 반도화랑과 아시아재단의 관련 서류도 만나볼 수 있다.

국내 다양한 작가 및 유족과 지인들로부터 기증받은 기록자료들이 소장된 ‘근현대미술 작가 기증자료’도 열람할 수 있다. 작가 관련 신문기사 및 사진, 유학시절 학교 관련 서류, 이력서, 노트, 서신 등 작가들의 개인 문서를 비롯하여 전시 카탈로그 등 작가 개인에 대한 기록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창작물이 탄생하기까지 영향을 미친 개인적 맥락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0여 명의 주요 근현대 미술 작가들을 인터뷰한 ‘구술사 원로작가 프로젝트’ 의 자료도 공개됐다. 해방 전후의 일본 유학 화가, 이성자, 방혜자 등의 도불 화가, 6·25전쟁 종군 화가 등 근현대미술사에 업적을 남긴 작가와의 인터뷰를 영상과 출판물로 남긴 자료다. 작가의 생생한 기록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근현대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알 수 있는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미술관기록에는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의 1982년 개관 기념 전시인 '헨리 무어' 전시에서부터 현재 리움미술관이 펼치는 전시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다. 미술관의 역대 전시, 프로그램, 행사 포스터와 사진 등 미술관과 관련한 기록들이 포함됐다.



현재 전시가 열리는 리움과 호암미술 뿐만 아니라 삼성문화재단이 과거에 운영했던 호암갤러리, 로댕갤러리, 플라토와 같은 주요 미술공간의 전시, 사진 자료 등도 포함되어, 삼성문화재단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리움 아카이브’는 아카이브 홈페이지 내 예약 신청을 통해 매주 금요일 리움미술관에 방문하여 실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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