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학교법인 A 학원이 대한변협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를 상대로 낸 한시적불인증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이 사건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소송을 종료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평가위는 2022년 9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전국 25개 로스쿨 설치 대학의 교육·조직·운영 및 시설 등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이후 평가위는 지난해 1월 A 학원에 "5개의 평가영역(학생, 교원, 교육환경, 교육과정, 교육성과) 중 학생 및 교원 영역이 부적합으로, 1년 이내에 개선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한시적불인증 평가 결과를 통지했다. 이에 불복한 A 학원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선 평가위가 내린 한시적불인증 평가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행정소송법 관련 규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을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 규정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정한다.
대법원 판례는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 그에 대한 불복방법 선택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대방의 인식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서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법리에 따라 이 사건 한시적불인증 평가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보고 원고 측 청구를 물리쳤다.
재판부는 "피고는 로스쿨의 설치인가 및 취소, 변경인가, 정원조정 등에 관해 아무런 권한이 없고, 피고의 평가 결과가 그 자체로 로스쿨의 유지 및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만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며 "이 사건 평가로 인해 원고가 학사 운영에 어떠한 지장을 받는 것이 아니고, 평가 결과를 외부에 별도로 공개하거나, 시정·보완 결과 또는 관련 자료를 피고나 교육부 장관 등에게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로스쿨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 행정청의 구체적인 조치가 내려질 경우 비로소 해당 대학의 권리관계에 변동이 초래될 수 있을 뿐"이라며 "이는 이 사건 평가에 따른 직접적인 효과가 아니고, 행정청의 별도 처분에 따른 불이익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원고로서는 해당 처분에 대해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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