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계좌 제휴' 사활 건 은행권

입력 2024-10-21 17:35   수정 2024-10-22 00:37

암호화폐거래소와 손을 잡으려는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암호화폐거래소가 제도권에 안착한 데다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법인 계좌 허용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암호화폐거래소의 ‘은행 갈아타기’ 결과에 따라 은행권 내 ‘머니 무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만료 앞둔 거래소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 2위 빗썸과 4위 코빗은 각각 농협은행, 신한은행과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빗썸은 농협은행과의 계약을 6개월만 연장했다. 국민은행과 계좌 제휴를 새로 맺기 위해서다. 상장을 계획하는 빗썸과 신사업을 확대하려는 국민은행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빗썸은 지난달 실명계좌 제휴 은행을 국민은행으로 변경하기 위한 신고서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했지만, FIU는 서류 보완을 요구하며 반려했다. 빗썸 관계자는 “서류를 보완해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빗은 올해 12월 신한은행과의 계약이 끝난다. 코빗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이 코빗 측에 실명계좌 제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는 최근 케이뱅크와의 계약을 1년 갱신했다. 케이뱅크 측은 당초 3년 계약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비트와 케이뱅크 간 계약 기간이 내년 12월까지 단기로 이뤄지면서 시장에서는 업비트가 새로운 제휴 은행을 물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각변동 나타날까
불과 3년여 전만 해도 은행권은 암호화폐거래소와의 제휴를 부담스러워했다. 자금세탁 등 금융사고 리스크가 작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암호화폐거래소는 2021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과정에서 제휴 은행이 협조에 적극적이지 않아 속앓이하기도 했다. 올해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암호화폐거래소가 법적 지위를 갖추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법에 따라 금융회사에 준하는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투자자의 예치금이 제휴 은행의 주요 수신이 되는 것도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제휴에 나서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비트의 예치금은 3조7331억원(7월 말 기준)이다. 케이뱅크 수신 잔액에서 업비트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6월 기준 16.8%에 이른다. 이 밖에 빗썸 1조399억원, 코인원 1451억원, 코빗 729억원, 고팍스 117억원 등 규모가 상당하다. 국내 암호화폐 전체 예치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10조원에 육박한 적도 있다.

암호화폐거래소와 계좌 제휴를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는 점도 은행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 이용자의 60%가량이 2030세대다. 법인 계좌 허용 가능성이 커진 것 역시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구애가 이뤄지는 배경이다. 기업금융을 확대할 기회가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인 계좌 허용을 앞두고 기업금융이 상대적으로 약한 인터넷은행과 손잡은 업비트나 코인원 등이 시중은행과의 계약을 검토할 수 있다”며 “향후 암호화폐거래소와 은행 간 제휴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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