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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가 대표적이다. 미·중 대리전 성격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이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인 라이칭더 총통이 취임했다. 그런데도 라이 총통이 속한 집권 민주진보당의 온전한 승리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친중인 허우유이 국민당 총통 후보와의 표차가 미미한 데다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에선 국민당에 다수당 자리까지 내줬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비슷하다. 이곳은 최초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를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가 사실상 30년간 단독 집권해 왔다. 하지만 올 5월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 400석 중 159석을 얻는 데 그쳐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심각한 경제난에 민족주의에 대한 회의가 커진 탓이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뒤처졌고 실업률은 30%를 넘어섰다. 커질 대로 커진 빈부격차까지 뒤엉켜 ‘만델라당’의 30년 아성이 무너졌다.
반면 경제 성장을 약속한 노동당은 이념 정당 껍데기를 벗고 실용적 중도 좌파로 변모해 압승을 거뒀다. 노동당은 친기업 정책과 행정 효율 향상 등 과감한 우클릭 행보로 민심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잠재성장률(OECD 기준)은 2020년 2.4%에서 올해 2%로 주저앉았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13배나 큰 미국(2.1%)보다 낮다. 그만큼 한국의 경제 체력이 떨어지고 활력도 사라졌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나아질까. 2030년대에는 평균 1%로 급락할 것(한국경제인협회)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낮은 생산성과 낡은 정치로 국정 운영의 키를 내주고 몰락한 각국 집권당의 사례가 비단 해외 국가만의 일일까. 당리당략과 쳇바퀴 정쟁에만 몰두하는 한국 정치에 주는 뜨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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