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차이나’로 주목받아온 인도가 이제는 ‘비욘드 차이나’를 향해 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생산가능인구와 정보기술(IT) 분야 등의 인재를 앞세워 중국을 대체하는 글로벌 생산기지와 백오피스로 급부상했다. 2027년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대 경제 대국에 오르고, 이후 중국까지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더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아난타 나게스와란 인도 정부 수석경제자문은 올해 인도 경제가 전년 대비 6.5~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는 2021년 8.7%, 2022년 7.2%, 2023년 8.2%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국내총생산(GDP)은 3조5700억달러로 세계 5위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7년이면 인도가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37년이면 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젊은 인구다. 유엔 집계 결과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약 14억4000만 명)가 됐다.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전략이 더해져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커졌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NXP, TSMC 등은 인도에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기업의 탈(脫)중국 현상도 인도에 호재다.
21세기가 ‘인도의 세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인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인도가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론·TSMC·NXP 등…반도체 기업 생산기지 투자 급증
전문가들은 인도의 두터운 청년층이 인도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21일 언스트&영 분석에 따르면 2030년 인도의 생산가능인구는 전체 인구의 68.9%를 차지할 전망이다. 많은 선진국이 누리지 못하는 인구 배당 효과(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경제가 성장하는 것)를 인도는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젊은 층 주도하에 창업 열기도 뜨겁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오리오스벤처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도의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은 117개다. 이 중 62%인 73개사가 2020년 이후에 유니콘기업으로 등극했다. 미국(유니콘기업 704개) 중국(335개)에 이은 세계 3위다.
아난타 나게스와란 인도정부 수석경제자문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인도의 성장 잠재력, 젊은 인구, 인프라 구축, 최대 8억 명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중산층 등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시장은 인도를 디지털 기반의 사회로 전환하겠다는 ‘디지털 인디아’ 정책(2015년 발표)에 힘입어 확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디지털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되면서 현금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단돈 30원짜리 물품을 거래할 때도 간편결제를 활용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인도의 개인 디지털 결제액은 2020년 초 3924억루피에서 2022년 말 1조4528억루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세계은행과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인도는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소비시장이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5%) 미국(4%)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여전히 한계점은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부족, 큰 빈부 격차, 주마다 다른 복잡한 행정 절차 등은 인도 투자의 한계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교수는 타임스오브인디아 인터뷰에서 “지난 70년간 인도 세계화 과정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인도 정부가 세운 (복잡한 규제, 보호무역 등의) 장벽이었다”며 “장벽을 허물면 성장할 여지가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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