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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의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클린테크 부문 공매도(가격 하락에 베팅)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투자 흐름에 가장 민감한 월가 자본이 각국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비관적으로 전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광·전기차 시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대체투자 산업 데이터 기관 헤이즐트리 자료를 토대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해 유럽, 중국에서 광범위한 친환경 경기 부양책이 시행됐음에도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 태양광, 수소 부문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약 500개 헤지펀드가 헤이즐트리에 자발적으로 공개한 포지션 자료를 바탕으로 월가의 친환경 투자 흐름을 분석했다.올해 3분기 기준 미국의 대표적인 태양광 상장지수펀드(ETF) 인베스코 태양광 ETF에 매도 포지션을 취한 헤지펀드가 매수 포지션인 헤지펀드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태양광 부문 주식 전반을 보면 친환경 전환의 모멘텀이 최고조에 달한 2021년 1분기 때 순매도 포지션이 33%였던 데 비해 올해 3분기에는 77%에 달하는 공매도 포지션이 확인됐다.
블룸버그가 인터뷰한 헤지펀드 매니저 대부분은 태양광산업의 높은 중국 의존도와 미·중 정부 간 무역 갈등이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고 했다.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의 입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퍼스트솔라는 올해 들어 주가가 20% 가까이 상승했다.
전기차는 매출 성장 둔화로 헤지펀드의 공매도 포지션이 늘었다. 전기차 및 미래 모빌리티 지수 ETF에 포함된 기업 중 약 55%에 매도 포지션을 취한 헤지펀드가 매수 포지션인 펀드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초 35% 대비 증가한 수치다.
배터리 생산 업체 및 관련 금속·화학 공급 업체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도 늘었다. 3분기 기준 ETF 운용사 글로벌X의 리튬 및 배터리 기술 ETF에 편입된 회사 중 57%에 대해 매도 포지션이 매수 포지션을 초과했다. 역시 2021년 초 29%에서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 운용사 클린에너지트랜지션 창립자 페르 레칸더는 “전기차가 완전히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업계가 과도하게 투자한 측면이 있었고 이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석탄 투자는 인기
S&P글로벌청정에너지지수는 2021년 고점 대비 거의 60% 가치를 잃었다. 동기간 S&P500지수와 S&P글로벌석유지수는 각각 50% 이상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청정에너지 전환에만 투자해온 500억달러 규모 회사 임팩스애셋매니지먼트를 보면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고 전했다.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석탄,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매수 포지션을 취한 헤지펀드가 매도 포지션을 가진 펀드보다 많아졌다. 2021년 48%였던 S&P글로벌석유지수에 포함된 회사에 대한 매수 포지션 비율은 올해 3분기 53%로 높아졌다. 피에르 앙뒤랑 헤지펀드 매니저는 “재고 부족, 중동 분쟁 등 유가를 밀어 올릴 단기적인 위험 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열탄 투자도 늘고 있다. 주요 석탄 기업 약 20곳 중 73%가 헤지펀드들의 매수 포지션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석탄 투자는 특히 중국 및 인도의 전기 소비 증가와 맞물려 있다”며 “석탄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치솟을 때보다 안정됐지만,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공급 제약으로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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