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올해 아르헨티나산 오징어 물량을 전년보다 두 배로 늘렸다. 갈치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이 많은 인기 품목인데, 동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국산 어획량이 역대 최저(2만3000t)로 급감한 영향이다. 오징어 어획량은 2021년 6만1000t에서 불과 2년 만에 3분의 1토막 났다.
이마트의 한 수산 바이어는 “올해는 작년보다도 오징어를 바다에서 찾아내기 더 어렵다는 소식이 현장에서 들려온다”며 “외국산을 늘리지 않고선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이마트의 수입 오징어 비중은 지난해 37.7%에서 올해 45.9%(1~9월 기준)로 커졌다.
이상기후 여파로 농산물도 연중 ‘가격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올해 봄·여름철엔 국지성 폭우로 양배추·상추·깻잎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더니, 최근엔 폭염으로 배추·토마토 공급량이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배추 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포기당 9162원이다. 평년(4912원)의 1.8배에 달한다.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해외에서 채소를 긴급 수입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배추 대란’이 일자 중국산 배추 1100t을 수입하기로 했다. 올 5월 홈플러스도 양배추 가격이 치솟자 중국 쓰촨성 양배추를 들여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농산물의 가격 변동성이 기업·정부 예측을 벗어나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농어업 종사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어가 인구는 2014년 14만1000명에서 지난해 8만7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농가 인구도 같은 기간 275만 명에서 209만 명으로 24% 줄었다. 65세 이상 비중은 지난해 기준 어가 52.6%, 농가 48.0%로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콩·밀 등 핵심 식량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 식량자급률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은 49.3%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식량의 절반 이상이 외국산이란 뜻이다. 농수산물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무역수지 적자는 382억달러에 달했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으로 수출액(120억달러)이 소폭 늘었지만, 수입액(502억달러)이 이를 웃돌았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단기적으로 농수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특정 품목에 한시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할당관세를 활용하는 한편 더위에 강한 배추 ‘하라듀’, 고온 착색이 양호한 사과 ‘골든볼’ 등 변화하는 기후에 잘 적응하는 품종 개량에도 나섰다. 수산물 부문에선 바다가 아니라 육상에서 김을 양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선아/박상용/라현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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