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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우회해서 자사로 공급될 AI칩을 세계 최대 계약칩 제조업체인 TSMC에서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美상무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TSMC는 한 고객이 주문한 칩이 대규모 언어모델 학습용으로 설계된 프로세서인 화웨이의 어센드 910B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미 상무부에 알렸다.
TSMC는 현재 美상무부로부터 화웨이를 위한 제품을 생산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지난 18일 IT전문업체인 인포메이션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당시 TSMC는 미국 수출통제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의 최신 노트북에서 TSMC가 생산한 5나노 공정 반도체가 발견되면서 TSMC가 중국 화웨이를 위한 칩을 생산했는지 조사에 나섰다.
해당 칩 자체는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발효되기 전 시점인 2020년 35주차에 생산된 것으로 추정돼 직접적인 대중수출통제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화웨이가 지난 해 발매한 최신 스마트폰에서 7나노 공정 반도체가 발견되고 이번에는 TSMC의 5나노 공정 반도체가 들어간 최신 노트북까지 나오면서 미국 정부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년전부터 발효중인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상 TSMC는 중국 화웨이를 위한 반도체 위탁 생산을 할 수 없다. 이 규정은 글로벌 칩 제조업체가 화웨이나 화웨이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수출 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 다른 제3의 업체를 통해 화웨이가 TSMC에 주문을 넣고 반도체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막기는 어렵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우회 수입을 통한 엔비디아 칩 등 첨단 AI칩 확보 가능성은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규정이 시행된 이후에도 수차례 거론됐으나 TSMC가 실제 이 가능성을 인정하고 미국에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2년 전부터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을 비롯, 세계 주요 반도체 생산 업체가 중국으로 첨단 AI칩을 수출하는 것을 제한했다. 이같은 통제에도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반도체 제조 기술을 따라잡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판매 및 사후 기술서비스 등도 규제하는 등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달, 엔비디아의 AI칩에 대한 대항마로 어센드 910c를 출시할 계획으로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와 바이두 등 중국 기업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 뉴욕증시에서 TSMC 예탁증서는 전 거래일보다 1.5% 하락한 19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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