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딸에게 400만원이 넘는 명품 가방을 선물한 것을 두고 부부간 견해차를 보인 사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 아이에게 400만원이 넘는 백팩을 사주는 게 사랑인가요?'란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 A씨는 "남편이 출장 다녀오는 길에 초등학교 5학년 딸 선물로 400만원이 넘는 명품브랜드 D사의 백팩을 사 왔다"며 "아이에게 벌써 사치품을 가주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딸에게 이 가방을 주는 건 절대 안 된다. 그냥 되팔거나 차라리 막내 시누이 선물로 주자"고 남편을 설득했으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의 남편은 "미리 경제 공부시키는 거다. 아이가 비싸고 좋은 물건을 좋아하게 키우는 게 왜 나쁘냐"고 반문하며 "돈은 돈이 필요한 사람이 버는 거다. 돈맛을 알아야 돈을 버는 사람으로 크는 거다. 나중에 남편감을 고르건, 시부모를 고르건 기준이 되는 건 재력"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 명품 가방을 선물로 받으면) 그때 가서 부자를 고를 수 있다"면서 "아이가 가난을 철학이나 청빈함 따위로 포장하며 빈곤하게 살게 하고 싶냐. 당신은 세상 돌아가는 걸 너무 모른다"고 자신을 타박했다는 것이다.
A씨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 400만원 넘는 가방을 선물하는 게 아이에게 주는 사랑이고 경제 관념을 심어주는 거냐"라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A씨 부부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차라리 주식 등 경제 공부를 시키는 게 나을 듯", "자칫 아이가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 "본인 허영심을 어린아이에게 투영하는 꼴"이라면서 대체로 A씨를 옹호하는 반응을 보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부부가 상의해 밸런스를 맞추면 될 일", "예술적 재능이 있다면 안목을 높일 수 있을 것" 등 A씨 남편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저출생과 경기 불황 속에 역설적이게도 '키즈 명품' 시장은 활황이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백화점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수입·명품 아동복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는 펜디, 지방시 등 명품 유아복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펜디, 디올 등 명품 유아복 브랜드 매출이 같은 기간 27%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7월 '몽클레르 패딩이 교복이 됐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키즈 명품 소비 열풍을 소개했다. FT는 한국의 키즈 명품 시장이 지난 5년간 5% 이상 성장했으며, 이는 중국과 터키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이라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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