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도서 '한국과 미국의 상속·증여, 차이를 알면 답이 보인다' 출판 기념 세미나에서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는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로 인해 해외 세제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 역시 상속세 최고 세율은 40%에 이르지만, 통합 세액공제를 받을 경우 1명당 1300만 달러까지, 부부합산으로는 공제 한도가 총 2600만 달러가 된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각각 최대치를 자녀에게 상속·증여할 때 우리 돈 약 300억원까지는 상속·증여세가 없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영국(상속세 최고 세율 40%)도 정치권에서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상속세를 안 걷는 게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등 국가에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세금은 국적이 아닌 거주의 개념인 만큼 어디에 거주하고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세는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피상속인)의 거주지가 기준이 된다. 예컨대 피상속인이 한국 거주자면 피상속인이 소유한 전 세계에 있는 재산이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다.
증여세의 경우 한미 양국의 기준이 달라 주의해야 한다. 미국은 증여하는 사람이 증여세를 내는 반면 한국은 증여받는 사람(수증자)이 증여세를 낸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자녀가 미국에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미국에 있는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에 대해 증여세를 물릴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수증자가 한국 비거주자라고 하더라도 관련 법에 따라 과세 당국이 해외 재산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물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결국 부모가 미국에 가서(한국 비거주자가 돼서) 미국에 있는 재산을 물려줘야 한국의 증여세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 거주자라고 해서 무조건 절세에서 불리한 것은 아니다"며 "최대 30억원인 배우자상속공제 등을 받기 위해선 한국 거주자가 돼야 하는 만큼 실익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상속법의 대표적 차이로는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법률도 정한 유류분 제도가 꼽힌다. 한국은 피상속인의 배우자·직계비속(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유류분 인정) 및 직계존속(3분의 1)을 유류분 권리자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루이지애나주를 제외하곤 유류분 제도 자체가 없다.
김 변호사는 "한국에 있는 부모가 형제에게 전 재산을 상속했어도, 피상속인의 국적이 한국이기 때문에 미국에 거주하는 다른 형제가 한국의 유류분 제도에서 정한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피상속인이 한국 국적이더라도 미국 현지에서 사망하면서 유언장에 준거법을 미국으로 정했다면 미국법을 적용받게 된다"며 "이 경우 한국에 있는 자녀들은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또 "미국은 상속·증여에서 신탁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활용도도 매우 좋다"며 "개인소득세, 양도소득세 등 어떤 절세가 목표냐에 따라 신탁 활용이 굉장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강연자로 나선 박하얀 한앤박 서울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면 한국 당국에서 세금을 물릴 수 없다는 등 일반적으로 크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의 절세 플래닝을 계획할 때 양국의 법률 제도에 밝은 현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는 트리니티와 미국 로펌 한앤박 법률 그룹이 도서 출판을 기념해 공동저자들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한미 양국의 상속·증여 제도와 현황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2·3차 세미나는 다음달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옥스포드팰리스호텔과 5일 부에나파크 로스코요테스컨트리 클럽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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