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트럼프 트레이드

입력 2024-10-23 17:32   수정 2024-10-24 00:17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 리즈 트러스는 ‘제2의 마거릿 대처’를 꿈꿨다. 두 번째 여성 총리 테리사 메이가 집권 기간(2016년 7월~2019년 7월) 내내 브렉시트 문제로 허둥지둥하다가 끝난 것을 봤다. 트러스는 취임 17일 만인 2022년 9월 23일 450억파운드(당시 환율 기준 68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와중에 영국 정부가 감당도 못 할 정책을 내놨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채 투매가 이어지며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그 여파로 트러스는 50일 만에 물러나 최단명 영국 총리로 기록됐다.

국가 지도자의 정책 방향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친 일은 최근 일본에서도 있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총리로 선출된 후 첫 거래일이던 지난 1일 닛케이225지수가 4.8% 폭락하고 엔화 가치는 2% 이상 뛰었다. 재정 정상화를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고 금융소득세와 법인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실행에 옮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이시바 총리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다음날 이전 발언을 모두 주워 담았다.

요즘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트럼프 트레이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접지 않은 지난 7월 하순까지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 방위산업, 건설, 원자력 등의 종목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급등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던 8~9월엔 신재생, 바이오산업 등이 주목받으며 ‘해리스 트레이드’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트럼프 트레이드는 금융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물가가 뛸 것을 예측해 미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데 따른 달러 강세도 트럼프 트레이드의 특징으로 거론된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지금 쏟아내는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이라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트럼프 1기 집권 때도 그랬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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