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COTC 윤곽 … 에쓰오일, 석유화학 판 뒤집는다

입력 2024-10-23 17:51   수정 2024-10-23 17:52


지난 22일 찾은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는 거대한 ‘공사판’이었다.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부지(총 86만㎡)엔 67m 높이의 열분해기(스팀 크래커)를 비롯한 수많은 자재와 설비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4700여 명의 인력은 그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각종 부품을 하나로 엮고, 건조물의 틀을 만들어 나갔다. 에쓰오일이 이날 처음 공개한 국내 첫 정유석유화학통합공장(COTC)인 ‘샤힌 프로젝트’의 모습은 이랬다. 2026년 6월 완공되면 에쓰오일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매년 180만t씩 손에 넣는다.
○윤곽 드러낸 ‘꿈의 설비’
에쓰오일이 9조258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1월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국내 석유화학 시장 판도가 뒤바뀐다. 국내 10위권인 에쓰오일의 에틸렌 생산 능력이 4위로 치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정유업체였던 에쓰오일이 석유화학업계의 강자로 도약한다는 의미다.

이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꿈의 설비’로 불리는 COTC로 개발한다는 데 있다. 원유 정제와 열분해 등 중간 과정을 하나의 공정으로 압축해 원유에서 곧바로 기초유분을 뽑아낸다는 얘기다. 공정 혁신을 통해 생산 비용을 최대 66% 줄일 수 있는 만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설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에 뛰어든 건 석유 정제만으로 살아남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환, 탈탄소 정책이 맞물려 석유 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뛰어들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설비를 증설한 탓에 에틸렌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쓰오일까지 뛰어들면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오히려 이런 시장의 변화를 기회로 봤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기존 에틸렌 강자들이 중국의 저가 공세를 피해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로 방향을 틀었다는 이유에서다. COTC 덕분에 중국 제품에 맞설 수 있는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만큼 국내 경쟁자들이 사라지면 고스란히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COTC를 활용하면 수율도 높아진다. 원유에서 기초유분을 생산할 수 있는 비율이 기존 공법보다 훨씬 높아서다. COTC 공법은 원유 10t에서 기초유분을 약 7t 만들 수 있다. 옛 공법을 쓰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는 이 비율이 30%에 그친다.
○아람코의 첫 COTC
에쓰오일 모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최근 사우디 라스 알카이르시에 짓고 있는 COTC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블룸버그는 아람코가 주바일 COTC 프로젝트, 얀부 COTC 프로젝트 투자 규모도 축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아람코는 이 공장을 통해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하고, 연산 90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람코의 변심은 재정 위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여기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국가 경제를 단기간에 다각화하면서 재정 지출이 늘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COTC를 늘리는 대신 감산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리는 게 재정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아람코가 COTC 투자를 줄인 데 대한 수혜를 에쓰오일이 가장 크게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6년부터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에쓰오일의 원가 우위가 부각되며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울산=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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