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5일 08: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970년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은 TV 사업으로 고민이 컸다. TV 판매 수익률이 극도로 낮아서다. 제조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운관 유리 가격이 치솟은 영향도 컸다. 삼성전자는 당시 브라운관 유리를 일본에서 전량 수입했다. 이 창업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73년 큰 결심을 했다. 미국 코닝과 손잡고 브라운관 유리를 생산하는 합작사를 세우기로 한 것이다.
두 회사 합작의 유산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코닝 지분 9.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코닝 주가가 치솟자 이 회사 주식 2200만주에 대한 처분을 검토 중이다. 1조4000억원어치에 달하는 이 지분을 정리해 유동성을 확충할지 주목된다.
코닝은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0.89% 내린 46.88달러에 마감했다. 올 들어 주가는 53.99% 올랐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광섬유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소재로 급부상한 결과다. 데이터센터를 연결해주는 케이블에 들어가는 광섬유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유리 가닥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구리선보다 빠르고 멀리 보낼 수 있다.
코닝 주가가 뜀박질하면서 삼성도 보유 지분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조만간 이 회사 주식 2200만주를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종가를 적용하면 10억3100만달러(약 1조423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앞서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는 합작사인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을 42.54%를 코닝에 전량 매각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 대가로 코닝의 전환우선주 7.4%를 받았다. 코닝의 전환우선주는 2020년에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코닝 지분 9.37%(8000만주)를 확보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지분 11.05%)에 이은 2대 주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4년부터 보유한 코닝 주식 가운데 2500만주를 코닝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도 부여받았다. 올 들어 풋옵션 계약을 행사해 주식 300만주를 코닝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000억~1900억원으로 추산된다. 코닝 주가와 원·달러 환율 치솟고 있는 만큼 나머지 2200만주도 조만간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고전하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도 코닝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사는 그동안 삼성전자에 다양한 형태로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21조9900억원을 대여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 4월에는 삼성전자에 5조6395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코닝은 1851년 미국에서 출범한 유리 업체다. 백열전구의 필라멘트를 감싸는 유리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TV 브라운관 유리와 스마트폰용 강화유리를 생산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401억달러(약 55조3380억원)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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