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울창한 열대우림이 조화를 이루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기원 전 2000년 무렵 정착해 살아온 차모로인은 이곳을 ‘구아한’이라고 불렀다. 구아한은 차모로어로 ‘우리는 가지고 있다’는 뜻. 천혜의 자연환경이 전부인 그 시절 차모로인에게 괌은 모든 것을 갖춘 지상낙원이었을지 모른다.
연중 온화한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괌은 자연스럽게 휴양 도시로 거듭났다. 하지만 우리가 괌에 대해 놓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괌이 해양 스포츠뿐만 아니라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점. 괌에는 5개의 골프장이 있다.
한낮 최고 기온이 35도에 육박한 지난달 8일, 괌을 찾았다. 평지 코스를 갖춘 파인이스트부터 태평양을 향해 티샷할 수 있는 망길라오까지. 4박5일 동안 둘러본 괌의 5개 골프장은 모두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국괌골프협회(KGGA) 초청으로 모든 일정을 함께한 골프 레슨의 대가 임진한 프로는 “5개 골프장 모두 천혜의 자연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가깝고 도시 전체가 깨끗해 괌 골프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레오팔레스는 괌 중앙에 있다. 북적북적한 해변 호텔들과 달리 괌 전체 면적의 1%,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광대한 면적을 차지하는 복합 리조트다. 야구장과 축구장 등 다양한 체육 시설을 갖추고 있어 국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팀의 전지훈련지로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레오팔레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골프장이었다. 대자연에 들어선 괌 유일한 36홀 코스로 세계 골프계의 두 거장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에 참여했다. 클럽하우스에서 36홀 코스를 내려다보면 멀리 태평양의 망망대해가 보이고 눈앞에는 원시 밀림이 끝없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전략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히비스커스 코스, 해저드와 벙커가 적절하게 배치된 오키드 코스,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부겐빌레아 코스 등 개방감과 개성 넘치는 코스를 골라 즐길 수 있다.
망길라오의 시그니처 홀은 티샷으로 바다를 넘겨야 하는 12번홀(파3). 사진 한 장으로도 전 세계 골퍼들의 도전욕을 자극하는 이 홀은 화이트티 기준 164야드, 레드티 기준 92야드로 전장이 길지는 않지만, 강한 바닷바람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레귤러 온이 힘들다. 이 홀에서 원 온에 성공하면 기념 인증서를 발급해 줄 정도로 성공률이 낮다고.
오션뷰를 자랑하는 클럽하우스 식당과 리노베이션을 마친 신축 사우나 대욕장도 망길라오의 자랑거리다.
태풍은 10일 괌을 관통해 지나갔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강한 비바람은 계속됐고, 투어 마지막 날인 12일까지 빗속에서 라운드를 진행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18홀을 온전히 다 돌아본 곳은 파인이스트뿐. 괌은 1년 중 7~9월이 태풍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니 골프 여행을 계획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괌은 평상시에도 갑작스러운 스콜로 날씨 변동이 잦은 지역이다. 대부분 스콜은 금방 그치기 때문에 라운드에 큰 지장은 없겠지만 괌 골프 여행을 계획하는 골퍼라면 우천 라운드용 장비를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괌=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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