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기존의 조성체계를 파괴한 12음 기법 등 유럽 음악계에 유행한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에스토니아 음악 최초의 12음 기법 작품인 ‘Nekrolog’(1960)를 비롯해 사운드 콜라주 기법이 쓰인 ‘B-A-C-H’(1964)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는 이 음악이 인간의 영혼과 감정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8년간 창작을 중단했다.
1976년 발표한 그의 새로운 음악 기법 ‘틴티나불리’는 단순한 화성과 선율로 이뤄져 있으며 묵상적이고 초월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교회의 종소리에서 영감을 받은 틴티나불리는 ‘알리나를 위하여’에 처음 등장해 여러 작품에 쓰이며 그를 대표하는 스타일로 정착했다.
최근 소설가 한강이 즐겨 듣는 음악으로 꼽은 ‘거울 속의 거울’(1984)도 틴티나불리 기법이 쓰였다. 이 음악은 영화 ‘그래비티’ 예고편 등에서 활용됐다. 제목처럼 내적인 탐구와 성찰의 과정을 보여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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